삼성전자 미주법인 현지 직원들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계 기업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정치권에 후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미주법인의 현지 직원들이 정치자금 모금 단체를 별도로 설립한 지 2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삼성에 대한 대미 투자 압박이 거세지고 세계 무역 전쟁이 본격화 하는 등 대외 여건이 불안정해지자, 그들의 직장인 삼성전자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권에 돈줄을 대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30일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주법인 소속 직원들이 자체 결성한 ‘삼성아메리카PAC은 지난 4월부터 7월 초까지 총 4만8,000달러의 자금을 삼성의 미국 사업 및 한국과 연관 있는 정치인과 단체에 지원했다. 연방 상ㆍ하원 의원 25명은 물론이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별도로 만든 슈퍼팩(정치활동특별위원회) 등 5개 단체가 대상이었다. 삼성아메리카PAC은 2016년 설립된 이후 삼성전자 미주법인의 미국 국적 간부를 중심으로 모금 활동을 전개해왔다. 형식상 이 법인은 미국 회사지만, 한국 본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설립 당시부터 모회사인 한국 삼성전자와의 관련성에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정치자금 모금이 합법화한 미국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미국 국적 직원들을 내세워 슈퍼팩을 만들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삼성 현지법인 직원들의 후원금은 전략적으로 배분됐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어느 한 곳에 ‘올 인’하지 않고, 분산 투자가 이뤄졌다. 민주당 비중이 다소 높았지만, 큰 편차는 나지 않았다. 공화당의 경우 총 11명 의원에게 1만8,000달러가 지원됐고 민주당은 15명 의원에게 2만 달러가 들어갔다. 의원들에겐 최대 2,500달러에서 2,000달러, 1,000달러가 책정됐다. 나머지 4개 슈퍼팩 역시 공화당과 민주당을 후원하는 단체의 숫자를 맞춰 균형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텍사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삼성전자 생산시설이 있는 지역 및 지한파 의원들에 대해서는 전략적 지원이 이뤄졌다. 올해 삼성전자 세탁기 공장이 들어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랄프 노먼(공화) 의원에게 2,000달러를 후원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가동됐던 텍사스 오스틴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테드 크루즈(공화) 상원의원에게도 정치자금을 기부했다. 또 연방하원의 지한파 모임인 코리아코커스를 이끌고 있는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과 지난해 자신의 지역구에 한국 기업 공장을 유치한 마샤 블랙번(테네시ㆍ공화) 의원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민주당에선 반(反) 트럼프 성향을 보여온 의원들이 후원 명단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자 아동 격리 정책을 비난한 후안 바르가스 의원, 연방의회 흑인 의원모임인 블랙코커스(CBC)를 대표하는 조지 케네스 버터필드 의원이 대표적이다. 반면 공화당에선 친 트럼프 성향 의원들이 지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치적을 보도하지 않는 건 언론의 잘못’이라며 주장했던 노먼 의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역구를 찾아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펼친 딘 헬러(네바다), 로저 위커(미시시피) 상원의원 등도 삼성 미주법인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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