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열 살 많은 남성 B씨와 교제하다 두 달 만에 헤어졌으나, 이후 B씨로부터 계속 협박을 받았다. B씨는 A씨 신체부위를 저급한 표현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문자를 한달 간 22회에 걸쳐 보냈을 뿐만 아니라, 사귀던 기간 중 빌려간 1,500만원을 갚으라며 “돈 안 갚으면 죽일 것”이라는 등 협박 문자도 25차례 전송했다.
B씨는 지난해 말 협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 음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누구든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해선 안 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글 등을 보낸 동기 및 경위, 글이 도달하기 전후의 사정,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통신매체이용 음란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교제 당시 A씨가 B씨에게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말을 했고, B씨의 협박 문자는 그에 따른 불쾌감이지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협박 혐의에 대해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사건을 전부 유죄 취지로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B씨가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함으로써 자신의 손상된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등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했고, 이 같은 욕망 역시 성적 욕망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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