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일방적인 핵무장 해제는 있을 수 없다며 미국에 상응조치를 요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과 2차 북미정상회담 가시화 등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재개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양측 간의 기 싸움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리 외무상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는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를 갖게 할 때에만 실현가능 하다”고 밝혔다.
리 외무성은 북한의 노력을 부각시키며 미국을 압박했다. 그는 “(북한은) 조미 수뇌회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중지하고 핵 시험장을 투명하게 폐기했고, 핵 무기와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중대한 선의의 조치들을 먼저 취했으며, 지금도 신뢰 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선비핵화만을 주장하며 제재 압박을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며 “조미 공동성명의 이행이 교착에 직면한 원인은 미국이 신뢰조성에 치명적인 강권의 방법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비핵화는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동시이행ㆍ단계적 실현 원칙을 재확인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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