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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신라 숨결 품은 ‘빛의 궁궐’ 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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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신라 숨결 품은 ‘빛의 궁궐’ 월성

입력
2018.09.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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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주 월성 발굴 현장. 문화재청
지난해 경주 월성 발굴 현장. 문화재청

황량한 사막에서 붓으로 유물을 털어내는 고독한 고고학자.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던 유적 발굴조사의 모습이다. ‘발굴조사’라는 문화행위는 신비롭게 다가온다. 오랫동안 묻혀있던 유적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업이 신묘하게 느껴진다. 발굴조사는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우리 역사와 문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미지의 영역으로 느껴지던 발굴조사 현장이 대중에 공개된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다음달 5일부터 6일까지 ‘빛의 궁궐, 월성’이라는 주제로 경주 월성 발굴조사 현장을 주·야간 개방한다. ‘빛의 궁궐, 월성’은 2016년 10월 첫 개최돼 올해 3회를 맞았다.

경주 월성은 신라시대 왕궁이 있었던 도성으로 사적 제16호다. 성의 모양이 꼭 반달 같다고 해서 반월성, 신월성이라고도 불렸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파사왕 22년(101년)에 성을 쌓아 금성에서 이곳으로 도성을 옮겼다고 한다. 문무왕 때는 안압지, 임해전, 첨성대 일대가 편입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 12월부터 월성 조사를 시작해 서성벽의 축조 과정, 중앙 건물지의 배치와 성격, 방어시설인 해자의 조성 과정과 규모 등을 밝혀냈다. 월성은 동, 서, 북쪽 성벽은 흙과 돌로 쌓았고, 남쪽은 절벽을 그대로 이용했다. 성벽 바로 밑은 물이 흐르도록 인공적으로 해자를 설치해 방어막 역할을 하도록 했다.

지난해 경주 월성 현장에서 방문객들이 유물체험 행사를 즐기고 있다. 문화재청
지난해 경주 월성 현장에서 방문객들이 유물체험 행사를 즐기고 있다. 문화재청

탈해왕 이야기는 월성을 더 오묘하게 만든다. 토함산 자락에 살던 탈해는 월성에 사는 호공의 집을 기발한 꾀로 빼앗았다. 탈해는 호공의 집 땅에 숫돌과 숯을 몰래 묻고 다음날 자기 조상이 살던 곳이라 우겼다. 그는 대장장이 집안으로 잠시 이웃지방에 간 사이 호공이 집을 빼앗았다며 땅을 파보라 주장했다. 탈해의 말대로 땅을 파보니 숯이 나왔다. 탈해는 월성에서 살게 됐고 이를 계기로 신라 제2대 왕 남해차차웅의 눈에 들어 그의 사위가 된다.

월성은 밤에 볼 때 신비한 분위기가 더 살아난다. 어두운 밤 밝은 조명 아래 빛나는 유적과 현장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통해 영화 장면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밤에 펼쳐지는 그림자 인형극 ‘불국사, 별이 된 소년’은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듯 정감 있고 따스하게 다가간다. 월성에 대한 전문 해설을 들으며 유물을 직접 발굴하고 만질 수 있는 ‘나도 고고학자’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월성의 크기와 실제 모습을 상상하며 돌아보기만 해도 좋은 경험이 될 듯하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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