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의 베테랑 투수 CC 사바시아(38)가 5억이 넘는 보너스를 포기하고 동료들과의 의리를 선택,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사바시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와 원정 경기에서 올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을 했다. 그는 5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팀이 12-1로 완승하면서 시즌 9승(7패)째를 따냈다.
이날 등판은 사바시아에게 인센티브 50만달러(약 5억5,450만원)가 걸려 있었다. 앞선 경기까지 148이닝을 소화한 사바시아는 7이닝 이상 던질 경우 보너스를 챙길 수 있었다. 올해 양키스와 1년간 1,000만 달러에 계약한 그는 155이닝, 165이닝, 175이닝, 185이닝을 각각 채울 때마다 5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는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6회말 마운드에 오르기 전 타선으로부터 11점 지원을 받은 사바시아는 편안하게 투구를 더 이어갈 수 있었다. 5회까지 투구 수도 54개에 불과했다. 충분히 7회말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올 시즌 155이닝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상황은 사바시아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사바시아는 5회말 2사 후 상대 타자 제이크 바워스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그러자 탬파베이 투수 앤드루 키트리지가 6회초에 선두 타자인 오스틴 로마인의 머리를 겨냥한 위협구를 던졌다. 다행히 로마인이 맞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싸늘해졌고 주심은 “향후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 곧바로 투수를 퇴장시키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사바시아는 그러나 6회말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첫 공을 상대 타자 헤수스 스쿠레의 다리로 던졌고 퇴장 명령을 받았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도 탬파베이 더그아웃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결국 153이닝으로 마지막 등판을 마친 사바시아는 50만 달러를 놓치게 됐지만 동료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로마인은 “사바시아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우하는 사람으로 모든 팀 선수들에게서 엄청난 존경을 받았다”며 “좋은 사람이자, 굉장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사바시아는 “돈을 보고 결정하지 않는다”면서 “해야 할 옳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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