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수사가 본격화한 최근 두 달간 서울중앙지법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두 배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 수사를 받는 입장이 된 사법부가 압수수색영장 발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28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7~8월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4,159건 중 883건이 일부 기각, 96건이 전부 기각됐다. 둘을 합친 기각률은 23.5%로, 6월 18일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후 매달 상승세(6월 19.9%→7월 22.3%→8월 24.7%)다.
게다가 같은 기간 전체 법원의 평균 기각률과 비교하면 두 배가 높다. 7~8월 전국 법원에 청구된 압수수색영장 4만4,808건 가운데 5,460건이 기각돼, 기각률이 12.2%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률(11.4%)이나 올해(1~8월) 기각률(12.1%)과 비교해도 서울중앙지법의 최근 두 달간 기각률이 월등히 높다.
법조계는 상당 부분 사법농단 사건의 여파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재판부가 법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대부분 기각해 ‘방탄법원’이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아온 것과 무관치 않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들이 속한 조직이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으로 인해 전반적인 영장 발부 기준이 엄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수치만 따지면 사법농단 사건이 기각률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지난달 말까지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장소별로 분류하면 208건이지만, 실제 통계에는 12건으로 잡혀있다. 같은 건의 압수수색영장에 수십 개가 넘는 장소나 사람을 기재하더라도 통계에는 한 건의 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수사 규모가 크고 복잡한 사건이 집중되는 서울중앙지법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통계상 하나로 분류되는 영장에 100개의 세부 영장이 있다면, 그 중 99개가 발부되고 1개가 기각되더라도 통계엔 기각으로 잡힌다. 통계상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덩치 큰 사건이 많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은 다른 법원들에 비해 기각률이 높게 집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올 2월 인사에서 영장전담재판부 3명이 모두 부장판사급으로 임명돼 전체적인 연차가 높아진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조되는 구속영장에 비해 압수수색영장은 수사기관이나 법원 모두 쉽게 청구하고 발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연륜 있는 판사들로 재판부가 꾸려지면서 검찰의 압수수색 남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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