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유국들의 증산 거부로 급등세를 타고 있는 국제유가가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를 맞아 올해 안에 배럴당 100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높아진 유가 수준에 운임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 악화로 국내 항공ㆍ해운업계엔 비상이 걸렸고 체감물가도 덩달아 올라 소비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81.91달러를 기록, 한 달 전보다는 약 8%, 1년 전(작년 9월28일 57.54달러)에 비해선 무려 40% 넘게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지난 27일 72.17달러까지 올라 1년 전보다 38% 가량 급등한 상태다.
최근 유가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원유수출을 봉쇄하겠다는 제재 계획을 고수하면서 전세계 원유 공급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증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란산 원유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오는 11월 4일 발효되면 전세계 원유 공급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란은 생산량이 정점이던 올 여름 전세계 소비량의 3% 가량인 하루 27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일각에선 제재가 발효될 경우, 하루 200만 배럴까지 원유 공급이 줄어들 걸로 보고 있다.
영국 원유 중개회사 PVM 오일어소시에이츠의 타마스 바가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OPEC을 비롯한 25개 산유국이 이란의 공급량 감소를 메우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올 4분기 원유 공급이 빠듯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항공ㆍ해운업계엔 대형 악재다. 항공사 영업비용 중 유류비 비중은 25%나 된다. 연간 유류 소비량이 3,300만 배럴에 달하는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37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해운업계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저가 운임 출혈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는 해운업계의 목을 더욱 조르게 된다.
석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화학업체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비용 상승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최근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화학제품 수요는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가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오르면 수익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이미 높아진 국내 기름값 수준을 더 올리게 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월 3주차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리터당 10.6원 오른 1,640.9원으로 벌써 1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공사 측은 “국제유가가 5주 연속 상승함에 따라 국내 제품 가격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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