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현충사 경내에 심겨 있던 ‘일왕’을 상징하는 일본 특산종 나무 ‘금송’이 사당 영역 밖으로 옮겨졌다.
28일 현충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경내 충무공 사당 앞에 심겨져 왜색 논란을 불러왔던 금송을 사당영역 밖으로 옮겨 심었다.
금송이 옮겨진 장소는 사당에서 1㎞ 가량 떨어진 이순신기념관 바깥으로 관람객이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이다.
금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 2월 기념식수로 심었다.
이후 일왕을 상징하는 나무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정신과 위업을 선양하기 위해 세워진 현충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수없이 제기돼 왔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금송을 사당 영역 밖으로 옮기는 방안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현충사는 50년 전 이루어진 사당정비사업 당시 심은 조경수가 성장해 사당을 가리고 사당이 왜소하게 보임에 따라 ‘사당권역조경정비사업’을 벌였다.
금송을 옮기면서 같은 시기에 심어 아름드리로 자란 주변의 나무 10여 그루도 함께 옮겨 심거나 제거했다. 계단통행에 지장을 주던 둥근 소나무도 작은 나무로 대체했다.
정비사업은 1968년 당시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전문가 자문을 받아 이루어 졌다.
그러나 현충사에 걸려 있는 친일 행적 화가의 충무공 영정과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은 아직도 교체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충사 현판은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과 숙종 친필 등 2개의 현판이 있다.
현충사는 신 현충사와 일제강점기인 1932년 6월 중건한 구 현충사가 있다.
구 현충사는 흥선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 헐린 사당을 국민성금으로 다시 지었다. 재건 직후 충무공 후손이 보관해 오던 숙종 현판을 걸었다.
박 전 대통령 현판은 신 현충사에 걸려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월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가 현충사 현상변경 안건을 검토한 결과를 받아들여 현판을 현행대로 2개 모두 유지하기로 했다.
문화재위원회는 구 현충사의 숙종 현판을 떼어 신 현충사에 설치하는 것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건물과 현판의 일체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두 개의 현판을 유지하는 의견을 냈다. 충무공 후손 간에도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현충사 관계자는 “사당 앞 금송을 옮기면서 주변을 말끔히 정리했다”며 “11월 말까지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사당권역조경정비사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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