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포드대 명예교수가 “(핵탄두 원료 중 고농축우라늄보다) 플루토늄을 먼저 다루면서 (북미가)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27일 주장했다. 헤커 교수는 2004~2010년 4차례 방북해 우라늄 농축 시설 등 핵심 핵물질 생산 시설을 목격한 핵 물리학자다.
헤커 교수는 이날 연세대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의 핵무기’ 특강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의 경우 영변 외에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더 시간이 걸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시설 규모와 생산량을 정확히 추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고농축우라늄보다 플루토늄의 추가 생산을 중단하는 편이 신뢰 구축 차원에서 더 도움이 된다는 게 헤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이 미국 행정부에 실제 핵을 줄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5메가와트(㎿) 원자로를 폐쇄한다면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변 핵시설의 가치도 “일부는 오래됐지만 일부는 굉장히 새로운 시설”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헤커 교수는 비핵화 촉진 방안 중 하나로 북한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의 민간 차원 활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예컨대 미사일 프로그램을 민간용 우주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남북 공동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구체적 방안까지 언급하면서다. “유엔과 한미가 조율해 군사적 용도를 민수용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이 가능하다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30개 안팎이라는 게 헤커 교수의 분석 결과다. 그는 “일부는 50~60개를 이야기하는데, 불확실한 정보라서 누가 옳은지는 모른다”면서도 “폭탄 하나가 도시 하나를 파괴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핵탄두를 단거리 미사일에는 탑재할 수 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는 탑재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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