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북미회담 걸림돌로
무역전쟁 연계 ‘대미 반격’ 카드로
시진핑, 北 노동당 창건일에 방북
대북 영향력 과시할 가능성 높아
트럼프 “시진핑, 내 친구 아냐”
美 중간선거에 ‘中 개입론’ 제기
군사ㆍ외교분야 갈등도 악화일로
“한중 관계 전략적 배치 중요해져”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중국 변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미국과의 전방위 충돌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의 과잉 대응이 결과적으로 북한 비핵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은 그 자체만으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미국은 북한과 함께 북핵 문제 당사자이고, 중국은 남북 모두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핵심 주변국이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나 외교적 역량 측면에서 국제 외교무대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합의가 전제되지 않고는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항구적 평화체제가 정착될 가능성의 희박하다.
따라서 북미 2차 정상회담 논의가 시작된 미묘한 시점에 미국과의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교란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다음달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중국 수뇌부가 방북,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회동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할 경우 상황이 예기치 못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미중관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관세폭탄 공방으로 ‘무역전쟁’은 한층 격화했고, 미국의 중국 인민해방군 제재와 중국의 주중 미국대사 초치,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승인, 중국의 미국 함대 홍콩 기항 거부 등 군사ㆍ외교분야 갈등도 악화일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훼방꾼으로 규정하고 통상문제와 비핵화 논의를 연계시킨 뒤 두 나라의 접점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 대한 ‘중국 개입론’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는 중국이 11월 선거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해왔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더 이상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며 불편한 심기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 대신 미국 언론에 실리는 정치광고의 배후가 중국임을 암시하는 글과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중국은 발끈했다.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게 중국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우리는 부당한 비난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공격에 맞서 국익 차원에서 보복관세로 반격한 것일 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는 항변이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가장 습관적으로 간섭하는지는 국제사회가 잘 알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다. 올 들어 미국 견제를 뚫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과시한 직접적 계기가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시 주석 방북이 이뤄진다면 ‘중국 역할론’을 과시하는 대미 반격카드가 될 수 있다. 실제 북한은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 행사를 앞두고 중국 측에 내달 7일까지 접경지역 왕래를 제한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물론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초청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시 주석 방북을 관철시키거나 종전선언 논의에 어깃장을 놓을 경우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실타래는 꼬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중국이 미국의 통상 압박을 비핵화 논의와 연계해 반격에 나서면 이후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대중 압박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뒷전으로 물러나라는 신호인데 중국은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서 한중 관계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배치하느냐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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