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 사이가 좋지 않다고? 그건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역임한 한 원로의 말이다. 팀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게 다 좋은 듯 동화처럼 포장되고 반대로 부진하면 사소한 일까지 다 까발려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영국에서는 조제 무리뉴(55ㆍ포르투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과 미드필더 폴 포그바(25ㆍ프랑스)의 ‘기 싸움’이 최대 화제다.
맨유는 올 시즌 3승1무2패(승점 10)로 7위에 처져 있다. 26일에는 리그컵 32강전에서 2부 팀 더비카운티에 승부차기 끝에 충격패 했다. 이 와중에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포그바가 동료들과 웃는 장면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 무리뉴 감독의 심기를 건드렸다. 해당 모습이 올라온 시각은 맨유가 패한 직후라 마치 포그바가 팀 패배를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 27일 영국 스카이스포츠가 포착한 영상에는 무리뉴 감독이 미디어 담당관을 불러 포그바가 영상을 올린 시간을 물어보는 장면이 담겨 있다. 가디언은 “포그바는 패배 후 웃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이 영상은 경기장 와이파이 상태 때문에 게시 1시간 후에야 올라온 것”이라고 오해의 상황을 설명했다.
둘의 갈등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다. 무리뉴 감독의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포그바가 비판하면서 촉발됐다. 포그바는 지난 22일 맨유가 울버햄턴과 안방 경기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1-1로 비기자 “홈에서는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무리뉴 감독은 즉시 포그바의 부주장직을 박탈했다. 그는 “그런 문제(전술비판) 때문에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 나는 감독이고 그럴 권한이 있다”고 했지만 속내는 알 수 없다. 무리뉴 감독은 선수가 자신에게 도전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 지도자다. 과거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팀 최고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ㆍ유벤투스)가 “나는 이런 방식(수비적)을 좋아하지 않지만 팀이 원하면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를 들은 무리뉴 감독은 “호날두를 포함한 어떤 선수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말하고는 바로 다음 경기에 호날두를 선발 명단에서 빼버렸다.
포그바가 올 겨울 팀을 옮길 거란 전망이 계속 나온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맨유는 포그바 몸값으로 이미 2억 파운드(약 2,930억원) 이상을 책정했다고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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