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 3연임 확정 이후 참석한 유엔총회에서 광폭 외교를 벌였지만 미국의 통상압박과 한일관계 악화 우려 등 상대국과의 갈등 요인은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간 물품무역협정(TAG)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 간 공동성명을 설명하면서 농산물과 관련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과거 무역협상에서 약속한 시장개방 수준이 최대한이라는 일본 입장이 관철됐고, 협상 중에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 등 공동성명 정신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신속하게 완수해야 한다”며 “미일, 한미일이 긴밀하게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납치, 핵,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 볼 용의가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우려했던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폭탄과 농산물 추가개방을 피한 모양새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미국 압박에 떠밀려 미일 양자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테이블에 앉게 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그간 미국의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요구에 맞서 미국의 TPP 재가입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자동차 추가관세 등을 고리로 한 미국의 압박에 양자 간 협상(TAG)을 시작하기로 한발 물러선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TAG는 (투자와 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FTA와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아사히(朝日)신문은 “공동성명에 TAG 논의 완료 후 ‘다른 무역ㆍ투자 사항도 협상한다’고 명기돼 있다”며 “협상이 실질적인 FTA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자동차 추가관세와 관련해 “협상의 진척에 따라 미국이 다시 휘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회복을 위해 언제든지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의 대북 러브콜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전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불투명하다. 일본에선 김 위원장의 일본과의 대화 용의에 대해 대북 압박을 고수하는 일본을 회유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하고 있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다.
전날 한일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화해ㆍ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도쿄(東京)신문은 “재단 해산은 한일 위안부 합의 수정으로 이어지고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고, 아사히신문은 재단 해산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향후 한일관계 악화의 불씨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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