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은 KBO리그의 첫 타고투저 열풍이 불어 닥친 시즌이었다. 1998년 891개였던 홈런 수가 1,274개로 급증했고, 3할 타자만 20명이 쏟아졌다. ‘30홈런-30도루’ 클럽 가입자가 3명이 나왔고, 이승엽(삼성)은 사상 첫 50홈런(54개)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들어 잠잠하던 이 같은 기류는 2014년 리그 평균자책점이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5점대를 돌파하면서 다시 재현됐다. 2015년 잠깐 식었던 타고투저 열풍은 2016년부터 재차 끓어올라 올 시즌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올 시즌엔 1999시즌의 ‘자랑’인 40홈런 타자 수를 갈아치울 태세다. 26일 KT의 멜 로하스 주니어가 김재환(44개ㆍ두산), 박병호(40개ㆍ넥센), 제이미 로맥(40개ㆍSK)에 이어 40번째 아치를 그리면서 KBO리그는 1999년 이후 19년 만에 4명의 40홈런 타자가 나왔다. 여기에 SK 한동민도 40홈런에 3개만 남겨 놓고 있어 사상 초유의 ‘40홈런 퀸텟(5중주)’ 배출도 유력해 보인다.
팀 당 128~137경기까지 치른 현재 10개 구단이 합작한 홈런 개수는 1,610개에 달한다. 지난해의 한 시즌 최다홈런(1,547개)을 이미 갈아치웠다. 만루홈런도 2015년의 최다 기록(48개)을 넘어 53개가 터졌다. 김재환은 1998년 OB 소속의 타이론 우즈가 기록한 잠실구장 최다홈런(42개)을 넘어섰고, 데뷔 첫 30홈런 고지를 밟은 이성열(한화)을 비롯해 개인 최다홈런을 경신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3할 타자는 무려 36명이다. 리그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을 넘긴 타자도 현재 5명에 0.990대의 가시권도 4명이라 2014년과 2016년의 6명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투수들은 수난시대다. 리그 평균자책점은 5.17로 2년 만에 다시 5점대로 치솟았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는 조시 린드블럼(2.88ㆍ두산) 1명뿐이고, 토종 투수 중에는 3점대도 양현종(3.70ㆍKIA)밖에 없다.
이 같은 ‘타자들의 잔치’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투수력과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우려의 시선이 더 많다. 전문가들은 스트라이크존의 문제부터 우수 투수 부재 등 근본적인 원인을 짚기도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시즌을 마친 뒤 현장, 구단과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게 논의를 한 뒤 개선책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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