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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라” BTS, 세계를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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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라” BTS, 세계를 치유하다

입력
2018.09.28 04:40
수정
2018.09.28 14: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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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UN)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너를 사랑하라’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유니세프 제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리더인 RM(본명 김남준)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UN)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너를 사랑하라’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유니세프 제공

지난 6월 미국 중부의 한 거주치료센터(Crisis Residential Center).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가 병원 응급실까지 실려 간 20대 후반 백인 남성은 음악 심리 치료 시간에 한국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매직숍’을 들려달라고 했다. 재활을 위해 상담이 필요한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 상담 자리에서였다. 상담자가 그에게 왜 이 노래가 특별한지를 묻자 그는 “음악이 아름답다”고 말한 뒤 ‘매직숍’을 따라 불렀다고 한다. 이 재활 시설에서 일하는 상담사는 본보와 지난 26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매직숍’의 ‘내게 널 보여줘 그럼 날 보여줄게(So show me, I'll show you)’란 노랫말이 그에게 특별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한국어로 된 노래는 상담 자리에서 미국인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처럼 공유되고 있었다.

 ◇미국 재활 센터에서 흐른 ‘매직숍’과 ‘DNA’ 

‘매직숍’은 제임스 도티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외과 교수가 쓴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를 모티프로 만들어진 노래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5월 낸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티저 영상엔 ‘‘매직숍’은 두려움을 긍정적인 태도로 바꿔주는 심리치료 기술’이란 문구가 뜬다. 방탄소년단은 이 곡에서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맘 속에다”라며 절망에 빠진 이들의 마음에 볕을 들인다. 거주치료센터의 또 다른 집단 상담 자리에선 방탄소년단의 ‘DNA’가 흘렀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누군가의 재활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 센터의 상담사가 “내가 겪은 일을 꼭 공유하고 싶다”며 전한 얘기다.

월드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목소리에 세계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해외에서 치유의 상징으로 주목 받고 있다. 2년 여전부터 시리즈 앨범으로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란 메시지를 강조해 온 덕분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UN)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라”고 해 세계의 젊은이를 감동하게 했다. 방탄소년단을 대표해 마이크 앞에 선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곁들인 7분 여의 연설로 세계의 청년과 희망을 나눴다. RM은 “많은 사람이 우리(방탄소년단)에게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때때로 그저 포기하고 싶었다”고 자신의 성장통도 꺼냈다.

RM은 음악으로 자신을 사랑하며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았다고 했다. RM은 “어제 실수 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라며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SMㆍYGㆍJYP엔터테인먼트 같은 대형 가요 기획사 출신이 아닌, 유튜브에서 얻은 인기로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K팝 아이돌만이 전할 수 있는 용기였다. RM의 진솔한 연설에 외신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방송 ABC는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을 생중계하며 “세계 최고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의 성과가 젊은 세대에게 ‘꿈을 가지라’고 격려하는 이번 행사와 잘 맞았다”고 평했다. 한국 가수가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연설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BTS 

방탄소년단의 연설문은 RM과 그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이 함께 썼다. 방탄소년단이 2013년 낸 첫 미니 앨범 ‘O!RUL8,2?’에 실린 동명의 첫 곡과 최근작인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수록곡 ‘앤서 러브 마이셀프’의 노랫말 일부가 활용됐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RM의 연설은 방탄소년단이 그간 선보인 음악 및 세계관과 맞물려 울림을 더했다”고 봤다.

방탄소년단의 모든 뮤직비디오엔 ‘Music & Artist for Healing’이란 문구가 뜬다.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음악을 만드는 가수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RM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래미박물관에서 열린 예술감독 스콧 골드먼과의 대담에서 “세상에 필요한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자”고 데뷔 때부터 마음먹었다고 했다.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어서다.

RM은 2015년 낸 믹스테이프 앨범 ‘RM’ 수록곡 ‘목소리’에서 “남 몰래 나의 목소리의 볼륨을 키워”라며 당당하게 랩을 한다. 방탄소년단은 신곡 ‘아이돌’에서 “넌 내가 날 사랑하는 걸 막지 못해(You can’t stop me lovin’ myself)”라고 외쳤다.

이들의 “너를 사랑하라”는 꾸준한 외침은 외국인의 삶에까지 깊숙이 스며들었다. 미국 뉴욕에 사는 방탄소년단의 팬(Sara****)은 ‘매직숍’ 노랫말을 왼쪽 팔뚝에 새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이 끝난 직후였다. 그의 팔엔 ‘넌 찾아낼 거야 네 안에 있는 galaxy(우주)’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본보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새긴 문신”이라며 “‘매직숍’이 슬픔에 빠진 날 위로했고 더 나아가 나를 찾고자 하는 바람에서 문신을 새겼다”고 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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