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급여 대신 수수료를 수입으로 하는 백화점 위탁판매원이라 할지라도 특정 위탁자의 지휘ㆍ감독 하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했다면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박종택)는 위탁판매원 김모씨 등 11명이 A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사와 판매대행 계약을 체결한 김씨 등은 2~7년 동안 회사가 지정한 백화점 내 매장에서 회사가 정한 의류 및 피혁 제품을 판매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위탁판매원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판매 업무를 일별ㆍ주별ㆍ월별로 수치화ㆍ전산화해 회사에 보고했고, 회사는 직원들의 판매 실적을 3등급으로 나눠 평가했다. 회사가 제시한 매출액 및 매출액 점유율 순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이런 식으로 계약이 끊긴 김씨 등은 지난해 4월 “우리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A사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A사는 “위탁판매원들은 근로자가 아닌 독립된 사업자”라며 퇴직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어진 소송에서 법원은 위탁판매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는 상법상 위탁매매인에 해당하지 않는 전속성과 계속성이 나타난다”며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다. 상법에 따르면 위탁매매인은 위탁자가 불특정 다수임을 전제로 하는데, 김씨 등의 경우 A사라는 특정한 위탁자와만 계속적 거래관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업무 내용을 회사가 결정하고, 업무수행과정에서 회사가 김씨 등에게 상당한 지휘ㆍ감독권을 행사했으며, 지속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한 점 또한 김씨 등이 근로자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또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했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퇴직금은 입사일과 퇴사일, 월별 수수료 등을 고려해 1,500만~1억3000만원 등으로 산정됐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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