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다가 사살됐다는 소식을 듣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동물원에 갔을 때 본 사자 사육장이 떠올랐다. 안전을 위해 문이 자동으로 열리거나 닫히지 않게 한다고 했다. 기계조차 100% 믿지 않는 것이다. 대신 사육관리시설 상황을 알 수 있는 모니터를 설치하고 사육사는 문이 잠겼는지 여부를 붉은색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달라스 동물원은 2004년 고릴라가 탈출해 관람객 3명을 해친 사건 이후 응급 대응팀을 만들었다. 동물원 직원으로 구성된 이 팀은 탈출한 동물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무기를 사용하는 훈련을 받는다. 우선 순위는 일반인>직원>동물의 안전이다. 2007년 미국 덴버 동물원에서 재규어가 사육사를 공격했을 때도,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해 관람객을 죽였을 때도 즉각 나선 것은 이 같은 응급대응팀이었다.
퓨마가 사살되지 않고 살아서 돌아왔다면 해프닝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사건이기에 더 안타깝다. 해피엔딩은 사실 어디에도 없었다. ‘감히’ 인간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던 퓨마의 죽음은 동물을 가두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나라 동물원이 과연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동물원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구체적인 대안이 없는 목소리는 공허하게 들린다. 이번 사건이 잊혀지면 정확히 무엇을 고쳐야 할지 모른 채 넘어갈 것 같아 안타깝다.
서울대공원에서는 호랑이 사건이,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는 사자 사건이 있었다. 확실한 건 두 사건 모두 ‘문’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왜 이 사건들은 다른 동물원의 경종을 울리지 못했을까? 안전 교육을 얼마나 받았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한다. 동물원은 사람의 실수와 관계없이 시스템을 완벽히 만들어 놨어야 한다. 잠금 장치가 확실해야 하고, 설사 실수로 동물이 나왔다 하더라도 이중 문을 만들어 두어 완전히 밖으로는 못 나오게 했어야 한다. 한 사육사가 실수를 했어도 다른 사람이 빨리 발견해 탈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인력이 충원됐어야 한다.
손가락질은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 가둬놓은 동물원’도 받아야 하지만 정확히는 이러한 ‘안전 대비를 갖추지 않은 동물원’이 받아야 한다. 비난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부족한 일손으로 동물을 관찰할 시간도 없이,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가 받아야 할 것이 아니다. 운영 책임자들, 이런 상황을 묵인하거나 몰랐던 동물원 소유 주체가 받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엇보다 동물복지와 안전에 대한 의식이 없는 동물원에 문제 제기를 정확히 해야 하고 관련 법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법에 맞지 않는 동물원은 큰 벌금을 매기고 시설을 개선하도록 하고, 안되면 폐쇄할 수 있어야 한다. 동물원도 동물원을 없애자는 의견을 적으로만 여기지 말고 자성해야 한다. 더 이상 사람 때문에 ‘동물이 고통 받는 동물원’을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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