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미국 판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로써 오는 2023년 열릴 미국의 휴미라 복제약 시장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 베링거인겔하임의 3파전으로 전망되고 있다.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건선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지난해 매출이 약 20조원이 이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처(FDA)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SB5(성분명 아달리무맙, 제품명 미정)의 바이오의약품 품목 허가 신청에 대한 서류 심사를 시작했다고 27일 밝혔다.
SB5는 바이오의약품(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로 제조한 의약품)인 휴미라를 복제한 바이오시밀러다. 미국에는 이미 판매 승인을 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2개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기업 암젠의 암제비타가 2023년 1월부터 판매될 예정이고,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는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여기에 삼성바이에피스의 SB5까지 가세하면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유럽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이 내달 중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를 앞두고 있고,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후발주자인 독일 산도스까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합류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유명 제약사와 바이오기업들이 이처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휴미라가 전 세계 판매 1위 바이오의약품이기 때문이다.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휴미라의 시장 점유율 중 10%만 가져와도 단숨에 연 2조원 매출이 가능하다. 바이오의약품 제조 기술을 가진 업체로선 눈독 들일 만하다.
미국 시장에서 휴미라의 물질 특허는 2016년 12월 이미 만료됐다. 개발사인 다국적제약기업 애브비는 제형특허, 용도특허 등을 내세우며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막아오다 암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특허협상 끝에 2023년 이후 시장을 열어주기로 계약을 맺었다. 대신 암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매출에 따른 로열티(일종의 수수료)를 애브비에 지급하게 된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출시 시기와 로열티 규모 등을 놓고 애브비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이오시밀러는 휴미라를 비롯해 레미케이드(개발사 존슨앤존슨), 엔브렐(암젠), 허셉틴(로슈) 등 이른바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워낙 판매 규모가 큰 만큼 시장의 일부만 점유해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화이자, 노바티스, LG화학, 종근당 등 국내외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약이라서 제조사가 달라도 제품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먼저 출시하는 게 무엇보다 유리하다. 예를 들어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셀트리온)는 2015년 유럽 주요 5개국(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출시된 뒤 레미케이드 시장의 약 52%(지난 연말 기준)를 점유했다. 하지만 1년여 뒤 출시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의 유럽 주요국 시장 점유율은 약 10%(올 2분기 기준)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로선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선두주자 자리에 올라서는데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오리지널 제품보다 가격을 내린 만큼 처방 건수가 늘고 정부의 의료비 절감 노력이 이어지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출시할 수 있다면,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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