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글을 게재해 논란을 야기한 일본 월간지 ‘신초(新潮)45’가 25일 휴간을 발표했다. 불황 타개를 위해 극우적인 글로 논란을 일으켜 판매부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으나, 시민들의 불매 움직임과 항의시위 등 거센 역풍을 맞아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휴간 결정의 도화선은 18일 발매된 10월호에 실린 특집기획 기사였다. 신초45는 지난 8월호에서 성 소수자에 대해 “생산성이 없다”고 주장한 스기타 미오(杉田水脈) 자민당 중의원의 글을 실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10월호에서 ‘스기타 미오의 글이 그렇게 이상한가’라는 특집기사로 비판 여론에 정면으로 맞서 논란을 키웠다. 스기타 의원은 8월호에 실린 글에서 “(동성 커플은) 아이를 만들지 않는다. 즉 생산성이 없다. 여기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고 주장, 거센 비판을 받았다.
10월호 발매 이후 온ㆍ오프라인상에서는 신초45뿐 아니라 출판사인 신초사의 다른 매체까지 겨냥한 다양한 불매 움직임이 이어졌다. 와카야마(和歌山)현의 한 서점 주인은 트위터에 “신초45뿐만 아니라 출판사인 신초사가 발간한 다른 책들까지 함께 매대에서 치웠다”고 밝혀 여론의 호응을 얻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신초45를 비판하는 작가들의 글들이 올라왔고 신초사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사토 다카노부(佐藤隆信) 신초사 사장이 21일 “어떤 부분에서 상식에서 벗어난 편견과 인식이 부족한 표현이 보였다”는 성명을 냈지만, 회사 측은 다시 공식 사과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급기야 24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신초사 본사 앞에 세워진 대형 광고판의 ‘Yonda?(‘읽었나?’라는 일본어의 영어 표기)’라는 문구에 ‘그 헤이트(헤이트스피치) 책’이라는 낙서가 덧붙여지면서 여론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신초사 측은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 휴간하고 편집 체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휴간을 발표한 뒤인 25일 저녁에도 100여명의 시민들은 신초사 본사 주변에서‘ 차별 반대’, ‘펜으로 마음을 죽이지 말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조장은 일본 출판계의 고질적인 병폐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26일 “인터넷상에서는 극우적인 주장이 확산되고 있고, 불황을 겪고 있는 출판매체들도 이런 노선을 취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5년 창간한 신초45는 주로 중년 이상의 독자층을 겨냥한 종합지로 2016년 이후 극우 논객들의 글을 다수 게재해 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