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방탄소년단, 유엔서 감동 연설... “‘심장’은 멈췄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방탄소년단, 유엔서 감동 연설... “‘심장’은 멈췄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입력
2018.09.25 12:31
수정
2018.09.25 21:51
27면
0 0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UN(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니세프 제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UN(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니세프 제공

“저는 김남준이며 방탄소년단의 RM이기도 합니다. 아이돌이자 한국의 작은 마을(경기 일산) 출신의 아티스트입니다. 다른 많은 사람처럼 많은 흠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UN(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세계의 청춘을 향해 이렇게 말하며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UN(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청년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유니세프 제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인 RM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UN(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청년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유니세프 제공

방탄소년단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산하 기구 유니세프의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행사에 참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끄는 ‘유스(Youth) 2030’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 행사는 청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독려하고 이들을 돕기 위한 기성세대의 투자를 확대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방탄소년단은 2년여 전부터 ‘너를 사랑하라’를 주제로 시리즈 앨범을 내고, 유니세프와 ‘나를 사랑하자’ 캠페인을 진행하며 청년 인권 향상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 이 자리에 초대됐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역할을 하는 방탄소년단이 이 자리에 있다”며 한국에서 온 K팝 아이돌그룹을 소개했다. 한국 가수가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연설하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의 연설은 7분간 진행됐다. 리더인 RM이 대표로 마이크 앞에서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곁들여 세계의 청년과 희망을 공유했다.

RM은 “저희 초기 앨범 인트로 중 ‘아홉, 열살 쯤 내 심장은 멈췄다’는 가사가 있다. 돌이켜보면, 그때쯤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 때가 아닌가 싶다”며 “그 때 이후 저는 점차 밤하늘과 별들을 올려다 보지도 않게 됐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보다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저를 끼워 맞추는 데 급급했다”고 옛이야기를 꺼냈다.

RM이 언급한 이 곡은 방탄소년단이 2013년 낸 첫 미니 앨범 ‘O!RUL8,2?’에 실렸다. 꿈을 잃은 청년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곡이다. RM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목소리를 잃어 버리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며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 스스로도 그랬다. 심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다. 그렇게 저는, 우리는 이름을 잃어버렸고 유령이 됐다”며 말을 이었다.

RM은 “하지만 제게는 하나의 안식처가 있었다. 바로 음악이었다”며 “제 안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고 각성의 순간을 얘기했다. 하지만 “그러나 음악이 제 진짜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막상 방탄소년단에 합류하기로 한 이후에도 많은 난관이 있었다. 못 믿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우리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때때로 그저 포기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성장통을 꺼냈다.

데뷔 초만 해도 ‘방시혁(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이 탄생시킨 소년단’이란 비아냥을 들으며 외면받았던 방탄소년단은 세련된 음악, 꽉 짜인 군무 그리고 성장의 화두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전 세계 청년의 ‘대변인’으로 성장했다.

RM은 “‘러브 유어셀프’ 앨범을 발매하고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을 시작한 후 우리는 전세계 팬들로부터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들었다. 우리의 메시지가 그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이라며 “그러니 우리 모두 한발 더 나아가보자.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주문했다.

RM의 뭉클한 연설에 행사장에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 자리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구테흐스 사무총장 등이 함께했다.

지난 5, 6일, 8, 9일 로스앤젤레스 대형복합문화공간 스테이플스센터를 시작으로 미국 순회 공연에 들어간 방탄소년단은 다음달 6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공연을 잇는다. 이 곳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홈구장으로, 폴 매카트니, 비욘세 등 톱스타들이 섰던 무대다. 한국 가수가 이곳에서 단독공연을 열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다음은 RM이 유엔 본부에서 한 연설 전문.

존경하는 UN 사무총장님, UNICEF 총재님, 세계 각국의 정상 분들과 귀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으로도 알려진, 김남준 입니다. 오늘 젊은 세대들을 위한 의미 있는 자리에 초대받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은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LOVE MYSELF 캠페인을 유니세프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ENDviolence 프로그램도 유니세프와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팬들은 행동과 열정으로 우리와 캠페인에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진심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팬들이십니다!

저는 오늘 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서울 근교에 위치한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은 호수와 산이 있고, 해마다 꽃 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곳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저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소년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 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저희 초기 앨범 인트로 중 ‘아홉, 열살 쯤 내 심장은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쯤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때 이후 저는 점차 밤하늘과 별들을 올려다 보지도 않게 됐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저를 끼워 맞추는데 급급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목소리를 잃어 버리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 스스로도 그랬습니다. 심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습니다. 그렇게 저는, 우리는 이름을 잃어 버렸고 유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하나의 안식처가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제 안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깨어나, 남준. 너 자신한테 귀를 기울여!” 그러나 음악이 제 진짜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막상 방탄소년단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이후에도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못 믿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때로 그저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넘어지고 휘청거릴 겁니다. 방탄소년단은 지금 대규모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파는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여전히 저는 스물네 살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제가 성취한 것이 있다면, 이는 바로 곁에 멤버들이 있어주었고, 그리고 전세계 ARMY 분들이 저희를 위해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어제 실수 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 질 수 있는 나도 나일 것입니다. 이런 내 실수와 잘못들 모두 나이며, 내 삶의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무리입니다. 저는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LOVE YOURSELF 앨범을 발매하고,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한 후 우리는 전세계 팬들로부터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메시지가 그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요. 그런 이야기들은 우리의 책임감을 계속해서 상기시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한발 더 나아가봅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여러분들께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해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을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저는, 김남준 이며, 방탄소년단의 RM이기도 합니다. 아이돌이자 한국의 작은 마을 출신의 아티스트입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많은 흠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저 자신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천천히, 그저 조금씩 사랑하려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