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ㆍ분당차병원 공동 연구팀, 29만명 연구 결과
심방세동(細動)은 심장의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뛰는 부정맥(심장의 리듬이 깨지는 병)의 하나다. 그런데 심방세동 환자는 혈압을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 미만’으로 관리해야 합병증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보영ㆍ김태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양필성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국내 29만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다. 해당 혈압은 현재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보다 훨씬 낮은 것이어서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은 ‘수축기 140㎜Hg 이상, 이완기 90㎜Hg 이상’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고혈압 진단기준을 강화해 ‘수축기 130㎜Hg 이상, 이완기 80㎜Hg 이상’으로 바꿨다.
연구팀은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이 심방세동 환자에게도 적절한 기준인지 규명하기 위해 미국 기준으로 고혈압 환자군을 설정한 후, 고혈압인 환자군(수축기 130~139㎜Hg 또는 이완기 80~89㎜Hg)과 고혈압이 아닌 환자군(수축기 130㎜Hg 미만, 이완기 80㎜Hg 미만)의 합병증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2005~2015년 새로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은 29만8,374명의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결과, 미국 의료계가 제시한 고혈압 기준인 ‘수축기/이완기 130/80㎜Hg 이상’을 기준으로 심방세동 환자의 주요 심혈관질환ㆍ뇌경색ㆍ뇌출혈ㆍ심부전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정 교수는 “이는 미국의 새 고혈압 진단 기준이 심방세동 환자의 고혈압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관리하도록 하는데 크게 도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심방세동 환자의 구체적인 혈압 관리 목표치를 찾아내기 위해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심방세동 환자 가운데 국내 고혈압 진단 기준에 따라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15만 8,145명을 대상으로 혈압 구간대에 따른 질병 발병 위험률을 살폈다.
조사 분석한 혈압 관리 구간은 △수축기 120㎜Hg 미만, 이완기 80㎜Hg 미만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 미만 △수축기 130~139㎜Hg, 이완기 80~89㎜Hg △수축기 140㎜Hg 이상, 이완기 90㎜Hg 이상 등 4개 구간이었다.
분석 결과, 주요 심혈관질환ㆍ뇌경색ㆍ뇌출혈ㆍ심부전 등 대부분의 합병증 발생 위험은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 미만’에서 가장 낮았다. 심방세동 환자의 이상적인 혈압 목표치가 현재 국내 고혈압기준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고혈압 치료를 받는 심방세동 환자군은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 미만’을 기준으로 혈압이 올라갈 때마다 합병증 발생 위험도 같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국내 기준 정상 혈압 구간보다도 수축기 120~129㎜Hg, 이완기 80㎜Hg 미만이 더 적합한 혈압 관리 목표치로 분석됐다”고 했다. 한 예로 심부전일 때 정상 혈압 구간에서 12%에 가까운 높은 발생 위험을 보이다 이 혈압 구간에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적 심장질환 학술지인 ‘미국심장학회지(JACC)’ 최근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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