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서울 광화문을 꿋꿋이 지켜온 광화문우체국이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난다. 대대적인 변신의 지향점은 소통의 장이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광화문우체국 리모델링 프로젝트 ‘광화문연가(燕家)’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TF는 광화문우체국 1층을 인근 직장인과 시민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광화문연가로 바꾸는 방향으로 세부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
광화문우체국 1층은 여느 우체국들처럼 창구가 설치돼 있고 직원들이 창구 안쪽에서 고객을 맞는 형태다. 우정사업본부는 수십 년간 고착된 이 같은 우체국의 고정관념을 깰 생각이다.
유력한 벤치마킹 대상은 세미나룸이나 미팅룸 등과 함께 소파와 자판기 등 편의시설을 갖춘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타워 1층의 상상라운지다.
우정사업본부는 상상라운지처럼 열린 공간을 만들어도 소수의 민원인을 감안해 우편업무용 창구를 몇 개는 남기고, 인근 직장인들이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무인 택배함 등을 설치해 우체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연말쯤 공사에 들어가 내년 초 광화문연가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정사업본부 측은 “큰 틀에서 시민 소통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맞지만 아직 세부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905년 9월 경성우편국 출장소로 시작해 1906년 1월 독립한 광화문우체국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광화문사거리의 현재 청사는 1967년 6월 22일 준공됐다. 당시에는 10층 건물의 위용이 대단했지만 이제는 옆에서 쭉쭉 솟은 고층건물에 둘러싸였다.
그래도 4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며 대기업 본사와 금융사, 공기업 등이 몰려 있는 광화문과 종로 일대의 원활한 우편서비스를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광화문우체국의 변신 시도는 우체국의 현재 처지와 맞물려 있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계속 줄어들고, 기업들도 DM 우편물을 대폭 줄였다.
과거에는 우편이 사람과 사람,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젊은이들은 우체국 자체를 잘 가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체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누차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우편물량은 37억2,500만통으로 2016년(38억9,500만통)에 비해 4.4% 줄었다. 55억통에 달했던 2002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전국 우체국 수도 2000년 3,688개에서 2008년 3,570개, 지난해 3,467개로 계속 줄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우편사업에서 1,2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신 예금(1,450억원)과 보험(1,500억원) 사업이 흑자를 내 우편사업의 적자를 만회하는 구조다. 그렇다고 정부기관이 우편사업을 등한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체국은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글ㆍ사진=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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