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경성차부협회(京城車夫協會). 회장 김만수(金萬壽)입니다. 이름이 그래서 그런지 제가 김 만수 무강, 이름 탓에 조선시대 사람들인데도 이렇게 2018년에도 살아있습니다.”
개화기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인력거꾼이 인력거를 끌고 서울 도심에 나타나 이 같은 인사말과 함께 국악의 길로 안내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이 다음달 2일~31일 진행하는 국악로 투어콘서트 ‘돈화문 나들이’ 이야기다.
1930년대 인력거꾼으로 변신한 배우는 참가자들을 데리고 돈화문로 주변의 국악과 관련한 유서 깊은 장소를 안내하는 문화해설사 역할을 한다. 돈화문, 옛 국립국악원 터, 조선성악연구회 터, 운당여관 터, 종묘 돌담길 등이 코스에 포함됐다. 운당여관은 박귀희 명창이 운영하다 매각해 자금을 국악예술고에 기부했다. 운당여관 외관은 경기 남양주 영화제작소 세트장으로 옮겨져 1930년대 한옥 장면을 촬영할 때 사용되고 있다.
명창들의 모임이었던 조선성악연구회 터를 지날 때는 이동백 명창으로 분한 국악인 나타나 깜짝 공연을 펼친다. 우리소리도서관 앞을 지날 때는 조선 최초의 ‘단발 기생’이자 신여성이었던 강향란으로 분한 국악인이 나타나 한 곡조를 뽑는다.
특히 일행이 종묘 돌담길을 지날 때는 실존 인물이었던 인력거꾼 김만수로 분한 배우가 인력거에 국악인을 태우고 다니는 개화기 모습을 재현하고, 참가자에게 퀴즈를 내 맞추는 사람을 직접 태워주고 기념사진도 찍게 할 예정이다.
투어를 마친 뒤 이어지는 돈화문국악당 공연에서는 궁중 무용 ‘춘앵무’를 시작으로 가야금 병창, 판소리, 다함께 부르는 민요까지 한자리에서 다양한 국악의 묘미를 선사한다. 공연에는 가객 하윤주, 소리꾼 조엘라, 정윤형 등이 출연한다.
돈화문로는 왕이 걸었던 거둥길로 왕과 백성이 만나는 소통의 장소였다. 궁중 물류와 문화가 전해져 갖가지 문화예술이 꽃피었던 곳이다. 특히 조선시대의 국립국악원 격인 이왕직아악부 터(현 삼환기업 본사)가 있을 뿐 아니라 박록주 명창을 비롯한 많은 국악인들이 기거하고 소리와 연주를 하던 터이기도 하다.
‘돈화문나들이’는 창덕궁 일대의 역사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국악의 대중화,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2016년 개관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지난 5월부터 시작한 국악길 콘서트다. 서울돈화문국악당 홈페이지와 온라인 공연티켓 예매처에서 관람권을 구할 수 있다. 시교육청을 통해 참가를 신청하는 20인 이상 초ㆍ중등학교 등 청소년 단체는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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