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완벽한 직업이 또 있을까. 안락한 소파에 누워 고양이와 낮잠을 자고서 3만 달러(약 3,350만원)를 번다면 기분이 어떨까.
CNN이 22일 전한 테리 라우먼(75)의 일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고등학교 스페인어 교사를 하다 6개월 전 퇴임한 그는 매일 인근 미국 위스콘신주의 애완동물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 생각하는 허드렛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저 한쪽 소파에 드러누워 고양이를 옆에 끼고 낮잠을 자는 게 전부다.
하루는 코를 골며 평화롭게 곤히 잠든 모습을 지켜본 보호소 직원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데 맙소사. 불과 이틀 만에 3만 달러의 성금이 모였다. 보호소 창립자인 엘리자베스 펠트하우젠은 CNN에 “성금은 기껏해야 1달러, 2달러, 아니면 5달러씩 낸 소액기부”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라우먼의 작은 행동에 큰 감동을 느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호소는 버려진 애완동물을 우리에 가두지 않고 여느 집안과 같은 포근한 분위기에서 생활하도록 놔둔다. 라우먼은 “이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동물들이 생활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들어 자원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고양이와 낮잠 자는 사진이 올라오면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입양자가 데려간다고 한다. 주인 없는 애완동물이 거칠고 사나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 셈이다. 라우먼이 유명인사가 되면서 보호소에서는 그의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보는 이의 기분마저 편안하게 해주는 낮잠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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