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최신 플래그십 제품용 차별화 기능들을 구형 모델에도 빠르게 추가하고 있다. 중가 제품에 혁신 기능을 넣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고가 신제품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 아래, 폭 넓은 제품군으로 고객층을 탄탄히 하려는 전략이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국내 갤럭시노트8에서 초고속 카메라(슈퍼 슬로우 모션), 증강현실(AR) 이모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시작됐다. 슈퍼 슬로우 모션과 AR 이모지는 갤럭시S9과 갤럭시노트9에서만 쓸 수 있었던 차별화 기능들이다. 독일 등 해외에서는 같은 내용의 업데이트가 갤럭시S8과 갤럭시S8플러스 기기를 대상으로도 배포됐다.
최신 고가 스마트폰에서만 제공하던 기능들을 구형 모델로도 확대하는 데에는 갤럭시S9과 갤럭시노트9 판매량이 기대보다 저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폴더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스마트폰에서 디자인의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차별화 기능들이 신규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릴 유인이지만, 좀처럼 고객 유치 효과를 내지 못하자 고가 최신모델 집중 전략을 이전 모델로도 분산시키고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LG전자의 경우 LG G5(2016년 3월 출시) 등 출시 2년이 지난 제품을 포함해 올 7~9월 주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11차례 진행했다. Q렌즈(피사체를 인지해 네이버 쇼핑에서 검색하는 기능) 등 카메라 기능과 주요 애플리케이션 성능 향상,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등을 프리미엄부터 실속형 제품까지 다양하게 제공했다.
중가 제품의 가치를 올려 보다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는 시도 역시 프리미엄 제품 부진의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중가 제품군인 갤럭시A시리즈 차기작 갤럭시A7에 갤럭시 최초로 후면에 3개의 카메라(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다. 첨단 기능은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에서 먼저 선보인 뒤, 시차를 두고 AㆍJ 등 중가 시리즈로 적용하던 순서를 뒤집은 것이다.
지난 13일 애플은 아이폰XS(텐에스)와 아이폰XS맥스를 공개하면서 처음으로 700달러대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XR(텐아르)를 같이 내놨다. 아이폰XR 색상이 6가지로 가장 많은 것 역시 1,000달러대 아이폰XS뿐 아니라 중가 모델도 판매량 향상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데다, 중국 제조사들의 중저가폰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고가 모델에만 집중하던 전략에서 탈피하는 다양한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작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 오포 샤오미 3사 합산 점유율은 24%로 삼성전자(21.1%)와 애플(14.3%)을 앞질렀다. 카운터포인트 조사에서는 비보까지 포함한 4사의 올 2분기 수익 비중이 전 세계 600여개 제조사 총 수익 중 20%를 차지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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