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박 9단, 현재 10억8,000만원 벌어들여...우승할 경우 14억1,200만원까지 늘어
대형 기전으로 올해 첫 선을 보인 ‘제1회 천부(天府)배 세계바둑선수권 대회’(우승상금 3억3,000만원)에서 한국 선수들이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北京) 레이크뷰 호텔에서 개막, 3개월간의 일정으로 시작된 이번 대회엔 추죄국인 중국에서 13명을 포함해 한국 7명과 일본 6명, 대만 2명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 가운데 국내 랭킹 1,2,3위인 박정환(25) 9단과 신진서(18) 9단, 김지석(29) 9단의 활약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회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역시 세계 랭킹 1위인 박 9단의 우승 여부다. 박 9단은 올해 현재까지 비공식기전(2017~18 SGM배 월드바둑챔피언십 복면기왕)을 포함해 모두 7개의 우승컵을 쓸어 담았다. 박 9단은 올해 결승 진출시엔 어김없이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괴력도 이어가고 있다. 박 9단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연간 누적 상금 기록마저 갈아치운다. 현재 10억8,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확보한 박 9단이 천부배를 차지한다면 14억1,200만원으로 지난 2014년 이세돌 9단이 세운 14억1,000만원을 넘어선다. 중국 랭킹 1위로, 강력한 경쟁자였던 커제(21) 9단이 1차전에서 우리나라의 김 9단에게 패하며 이번 대회에서 박 9단의 우승 가능성도 그 만큼 높아진 상태다. 다만, 현재 박 9단의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란 건 걸림돌이다. 올해 47승17패로 다승 공동 6위에 머물고 있는 박 9단은 천부배 참가 직전까지 3연패를 당했다. 박 9단의 이름값엔 턱없이 모자란 성적표다. 중국 갑조리그와 국내 KB바둑리그 등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9단은 천부배 1회전에서 일본의 복병인 이치리키 료(21) 8단의 대마를 잡고 불계승, 산뜻하게 출발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자타 공인의 차세대 권력인 신 9단에게도 쏠린다. 신 9단은 올해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천부배 1차전 승리를 챙긴 신 9단의 올해 성적은 62승18패로, 다승 1위를 질주 중이다. 신 9단은 이달 랭킹에서도 992.8점으로 개인 최다 점수를 경신했다. 이번 천부배 1차전에서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러시아의 일리야 쉭신(22) 2단을 가볍게 누르고 2회전에 진출한 신 9단은 자신의 최다 연승 기록도 ‘16’으로 늘렸다. 국내 바둑계에선 신 9단에 대해 “지는 법을 잊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커제 9단은 한국에서 성장세가 돋보이는 선수로 신 9단을 꼽을 만큼, 세계 무대에선 경계 대상 1호로 지목 받고 있다. 신 9단은 9월 세계 랭킹에서 3위까지 뛰어오르면서 4위로 내려 앉은 커제 9단마저 제쳤다. 신 9단은 올해 상금에서도 현재 3억7,000만원으로, 자신의 최다 상금 기록을 이미 돌파했다. 신 9단은 “단기적인 목표는 세계 1위이고 장기적으로는 세계 1위를 다투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세계 대회 우승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최근 부진에서 탈출한 김 9단의 기세 또한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김 9단은 첫 딸을 본 지난 17일 ‘제1기 용성전’(우승상금 3,000만원) 결승에서 동갑내기 라이벌인 강동윤(29) 9단에게 승리, 타이틀 획득과 함께 겹경사를 누렸다. 김 9단은 이어 19일엔 ‘제8회 SG배 페어바둑최강전’ 결승에서 오유진(20) 6단과 함께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김 9단은 특히 이번 천부배 1회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중국 랭킹 1위인 커제 9단까지 침몰시키면서 본격적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 9단은 “딸 아이가 태어난 이후, 성적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고 전의를 다졌다.
한편 7명이 출전한 우리나라는 ‘제1회 천부배’ 1회전에선 4명만이 승전보를 울렸다. 박 9단과 신 9단, 김 9단, 이동훈 9단이 승리를 따냈고 강 9단, 최철한(33) 9단, 이창호(43) 9단은 패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