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급증한 곤충…산림생태계 파괴, 식량 위협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곤충 개체수가 급증해 산림생태계를 파괴하고, 식량 생산에 위협을 가할 거란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가을을 두고 ‘추수의 계절’이라 말하는 것도 가까운 미래엔 옛말이 될 수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달 4일 국제학술지 ‘생태학 저널(Journal of Ecology)’에 “식물을 먹고 사는 곤충들에 의한 ‘식물 훼손’이 한 세기만에 23% 심해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중ㆍ남부의 호두나무인 샤그바크 히코리, 미국 동부에 서식하는 늪지백참나무, 미국 북동부에서 볼 수 있는 야생 로우부시 블루베리, 콩과 식물인 카나덴세갈고리 등 식물 4종을 대상으로 1900년대 초반에 수집된 표본과 2000년대 초반에 확보한 표본을 비교한 결과다. 표본의 잎에서 세포를 떼어낸 뒤 시기별로 초식 곤충에 의해 어느 정도 세포가 손상했는지 비교한 것이다.
연구진은 “저위도 지역에서 따듯한 겨울이 이어졌을 때 식물들의 손상 정도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곤충이 번성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식물들을 곤충이 먹어치우면서 훼손 정도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어 “앞으로 곤충이 현재보다 더 번성하게 될 경우 산림 파괴와 식량 문제 등 심각한 문제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지난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0.9도ㆍ1951~1980년 평균 대비)은 1880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높았다. 온도 상승 정도가 가장 컸던 해는 2016년(0.99도)이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될 경우 2040년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버드대 연구진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IPCC의 제4차 보고서에 따라 세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가정한 뒤 곤충의 곡식 섭취량 변화를 추정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곤충들이 습격’으로 인한 쌀과 밀, 옥수수의 수확량이 10~25% 감소(1971~2000년 평균 생산량 대비)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 세 작물은 인류가 섭취하는 열량의 42%를 책임지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오를 경우 밀은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줄고, 옥수수는 31%, 쌀은 19%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곤충들의 습격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될 곳으론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농가가 꼽혔다. 연구진은 “이미 전 세계 8억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에 놓여 있다”며 “지구온난화로 이런 문제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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