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정보수집을 기반으로 영업행위를 하는 탐정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5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허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탐정 허용 국가는 미국으로, 3만5,000여명의 사립탐정이 PI(Private Investigator) 또는 PD(Private Detective)라는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州)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면허시험에 합격하거나 2~5년 정도의 일정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뉴욕주를 예로 들면 25세 이상 성인이면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민간조사기업 또는 정부 조사기관에서 3년 이상 조사원으로 재직해야 독립된 탐정으로 활동할 수 있다. 또 모든 응시자는 지문등록을 해야 하고, 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으로 인한 전과가 없어야 한다. 관리감독은 주 정부나 경찰, 법무부, 일반면허기관이 담당한다.
‘셜록 홈스’로 유명한 영국에는 1만여명의 탐정과 500여개의 민간조사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2001년 민간경비업법이 제정돼 민간경비산업면허국(SIA)이 발급한 면허를 받아야 하며, 사무소를 개설할 때도 허가가 필요하다.
일본은 6만여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으며 탐정업체는 6,000여개로 추정된다. 2007년 탐정법이 시행될 때까지 현재 한국 상황과 비슷하게 업계의 불법행위가 만연했다. 일본은 이 같은 불법을 근절하기 위해 탐정법 제2조 제1항에 “타인의 의뢰를 받아 특정인의 소재 또는 행동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면접에 의한 탐문과 미행, 잠복 및 기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그 조사 결과를 해당 의뢰인에게 보고하는 업무”로 탐정의 업무범위를 명시했다. 신고제로 운영되며 신고 없이 영업하는 경우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만엔(약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탐정제도 도입 관련 법안이 20년째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1998년 16대 국회에서 하순봉 한나라당 의원이 최초로 ‘공인탐정 법안’ 초안을 마련했지만, ‘공인탐정업법’과 ‘민간조사업법’ 등 용어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 발의하지 못했다. 이후 17대 국회에서 이상배 의원(한나라당)과 최재천 의원(열린우리당)이 각각 민간조사업법을 발의했지만, 관리부처가 경찰청과 법무부로 달라 논쟁이 붙었다. 결국 관리부처를 둘러싼 이견이 임기만료 때까지 해소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이후에도 18대 국회에 다섯 차례, 19대 국회에 두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윤재옥 의원과 이완영 의원(자유한국당)이 각각 발의한 공인탐정법 제정안과 공인탐정 및 공인탐정업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글ㆍ사진=박주희 기자 jxp938@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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