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ㆍLoan to Value)을 80%에서 40%로 줄인 데 이어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ㆍRent to Interest) 규제 강화도 추진하고 있어 임대사업자들에게 ‘2중 자물쇠’가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받을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부담이 결국 임대료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들이 RTI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RTI란 대출을 받으려는 부동산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원칙적으로 아파트 등 주택은 RTI가 1.25배(125%), 상가ㆍ오피스텔 등 비주택은 1.5배(150%)를 넘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 임대사업자의 연간 이자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임대소득이 적어도 연 1,250만원은 돼야 은행에서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 3월 시중은행들에 의무 도입됐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다음달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과 함께 RTI 규제 강화라는 추가 카드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도 지난 13일 대책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RTI 규제의 적정성과 한도 관리, 예외조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10월 중순까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RTI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것은 현재 RTI 기준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시중 은행에선 RTI 기준에 미달한 임대업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업 소득이 있거나 빚 상환 능력이 인정되는 경우 대출을 허용해 주는 일이 많다. 예외 인정 폭이 넓은 셈이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RTI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는데도 대출이 이뤄진 비율이 전체 임대사업자 대출의 9%를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A은행 관계자는 “RTI 기준에 맞지 않아도 여신을 승인하는 사람이 대출자의 임대소득 외 다른 소득, 신용상태, 거래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출을 취급해도 된다는 의견서를 붙이면 (대출이) 나갈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내달 발표될 RTI 규제에 이러한 예외 조항과 은행 재량권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택기준 1.25배인 RTI를 1.5배 가량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임대사업자 대출은 꽉 막히게 된다. 지난 7월 말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달 말보다 2조5,000억원 늘어난 30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후 월별 기준 가장 많은 규모다. 통상 개인사업자 대출의 40% 가량이 임대사업자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임대사업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RTI 기준이 상향되면 소득을 그만큼 늘려야 하는 임대업자가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실수요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규제 강화 시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며 “RTI 규제 강화 6개월 후에는 전ㆍ월세 가격 인상이 잇따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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