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풀어놓을 보따리가 많아졌다. 미국이 상당히 귀를 기울일만한 내용일 것이다.”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총평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공식회담 시간만 총 3시간을 넘긴 점을 고려하면 합의문에 담기지 않은 비핵화 조치 논의가 상당했을 것이란 뜻이다. 문 대통령은 20일 서울 귀환 직후 대국민 보고에서 “논의한 내용 중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들도 있다”며 “그런 상세한 내용은 앞으로 방미해서 트럼프 대통령에 전해줄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9월 평양공동선언(이하 평양선언) 제5조 2항에 명시된 영변 핵시설 폐기에 관한 구체적 방법론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 중에서도 사찰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에서 사용한 ‘영구적 폐기’라는 용어는 결국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와 같은 말”이라며 이를 시사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핵시설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등 교과서처럼 나와있는 리스트가 있어 눈속임도 쉽지 않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의 상응조치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검증을 공표하기엔 북한 내 여론 상 어려움이 있어 하지 않았을 뿐 물밑으로는 사찰 수용 의사를 비췄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북측이 외부 사찰단의 검증에 민감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핵시설 공개 범위 등 실무급에서 조율해야 할 사안도 상당 부분 남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는 “과거 공개된 영변 핵시설도 있지만 ‘완전한 비핵화’ 개념을 위해선 새롭게 들어선 시설을 포함한 전면적인 신고가 필요한데 여기에 대한 북한 의사는 명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모르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재 핵’인 핵시설뿐만 아니라 ‘과거 핵, 즉 핵무기ㆍ핵물질 신고서 제출 관련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사항이었던 만큼 언질 정도는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핵 협상에 정통한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기자들에게 “핵 신고서 제출은 이미 북미 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사안”이라며 “종전선언이나 관계 정상화, 제재완화 등 북한 요구조건과 맞추는 작업이 진행될 테니 기다려보라”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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