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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힘들 땐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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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힘들 땐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입력
2018.09.20 16:50
수정
2018.09.20 19: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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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된 방송인 박경림, 내달 19일부터 ‘리슨콘서트

방송인 박경림은 데뷔 20주년을 맞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리슨콘서트’를 연다. 위드림컴퍼니 제공
방송인 박경림은 데뷔 20주년을 맞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리슨콘서트’를 연다. 위드림컴퍼니 제공

“오프라 윈프리요? 뭘 모를 때 한 소리예요. 하하.”

방송인 박경림(39)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한창 바쁘게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 박경림은 미국의 토크쇼 여왕 오프라 윈프리를 언급하곤 했었다. “그녀를 존경하고 그녀처럼 되고 싶다”고. 방송 진행자로서 성공하고 싶은 막연한 바람을 드러내던 시기였다. “괜한 소리를 했던 거 같아요(웃음). 지금은 박경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경림씨처럼 되고 싶다’라는 말을 듣고 싶거든요.” 그러고선 덧붙이는 한마디. “윈프리는 게스트의 말에 경청하고 허를 찌르는 질문도 해요. 그런 점은 배우고 싶어요.”

박경림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윈프리를 동경하던 20대 청춘은 자신만의 개성을 갖춘 관록 있는 진행자가 됐다. 박경림이 서울 청담동에 마련한 기획사 위드림컴퍼니 사무실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박경림은 “30군데를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낸 사무실”이라고 했다. 아담한 크기의 사무실은 그의 진행 솜씨만큼이나 깨끗하고 단정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그는 벌여놓은 일이 많다. 1인 기획사를 만들어 독립했고, 다음달 19일부터 사흘간 기존의 ‘토크콘서트’를 대신하는 ‘리슨콘서트’라는 새로운 시도로 관객들과 만난다. 4년 전부터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며 말하는 데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듣는 데 초점을 뒀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토커(이야기꾼)로서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직업이다 보니 어떻게 말을 할 것인가를 가장 많이 고민해요. 집에 가서는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놓친 게 없을까’를 뒤돌아보죠. 하지만 요즘같이 힘든 세상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필요하잖아요.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 싶었죠.”

박경림은 초등학교 때부터 사회자 노릇을 했다. 오락시간이면 진행자가 됐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KBS라디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MBC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2시의 데이트’ 등을 통해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를 알렸다. TV는 KBS 음악토크쇼 ‘이소라의 프로포즈’로 데뷔했다. 단발머리에 교복차림으로 방송에 출연했뎐 박경림을 아직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사람들에게 행복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무기.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별명까지 얻었단다.

박경림은 라디오와 인연이 깊다. 고등학생 때 KBS라디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MBC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2시의 데이트’를 통해 목소리를 알렸다. 위드림컴퍼니 제공
박경림은 라디오와 인연이 깊다. 고등학생 때 KBS라디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MBC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2시의 데이트’를 통해 목소리를 알렸다. 위드림컴퍼니 제공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천성 덕에 사람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박경림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먼저 다가가 반갑게 인사한다. 어릴 적 “눈 마주치면 인사하는 게 인간의 도리”라고 하시던 어머니의 가르침 덕분이다. 몸에 밴 습관은 쉬 사라지지 않는다. “어렵다고 소문난 분들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가는 편”이다. 그는 “사람에게 고정관념 자체를 갖지 않고, 그 사람을 궁금해하는 게 대화를 풀어가는 노하우”라고 했다.

박경림은 요즘 영화 관련 방송이나 행사로 바쁘다. 개봉을 앞둔 영화의 제작발표회나 기자간담회, 포털사이트의 라이브토크쇼에서 배우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의 입담과 배려는 배우들로부터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최근 라이브토크쇼에 출연한 조승우는 정해진 시간보다 40분을 더 이야기했고, 주지훈은 “진심으로 경림 누나를 만나 무언가를 할 때가 가장 편하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런 그이기에 대화가 끊기는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박경림은 “대화가 왜 꼭 이어져야 하죠?”라며 반문했다. “저는 대화가 끊겨도 된다고 생각해요.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하다 끊기면 어색하잖아요. 그 긴장감이 좋아요. 편한 사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거든요. 그럴 땐 조용히 음악을 틀기도 해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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