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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하는 이용섭 광주시장… 노동계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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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하는 이용섭 광주시장… 노동계 ‘부글부글’

입력
2018.09.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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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한국노총 광주본부 노조 간부들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형 일자리 사업 적용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설립을 위한 광주시의 투자협상과 관련해 모든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안경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노총 광주본부 노조 간부들이 지난 19일 오후 광주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형 일자리 사업 적용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설립을 위한 광주시의 투자협상과 관련해 모든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안경호 기자

광주 노동계(한국노총)가 다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실험 모델인 광주시의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 투자유치사업이 무산 위기에 빠진 원인을 노동계의 탓으로 돌리는 이용섭 광주시장의 태도 때문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지난 19일 현대차 투자유치사업 불참을 선언한 뒤 애써 억누르고 있던 감정의 ‘끓는점’을 건드린 건 이 시장의 몇 줄 안 되는 글이었다. 이 시장이 한국노총의 불참 발표 후 8시간36분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놓은 공식 반응은 노동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3박5일의 유럽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광주형일 자리사업인 현대자동차 투자협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한국노총 광주본부의 성명서가 기다리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출장 떠나기에 앞서 이미 협상과정에 노동계 참여를 보장했고 그렇게 간절하게 호소문까지 발표했는데도 진정성이 통하지 않아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더욱이 불참 이유로 노동계 배제, 연봉 2,100만원 등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들을 열거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전임 시장과 지역노동계가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일자리 사업을 민선 7기의 후임 시장이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것인데…. 광주의 미래가 걱정이다”고 글을 맺었다.

이 시장의 다섯 문장으로 된 짧은 소회에 노동계는 가슴을 쳤다. 노동계의 현대차 투자유치 사업 불참을 바라보는 이 시장의 위험한 현실인식 탓이다. 한국노총은 “협상 과정에 노동계 참여를 보장했다”는 이 시장의 발언을 두고 “이 시장 말과 아랫사람 말이 다르다. 제발 상황 파악이나 제대로 하고 이야기하라”고 쏘아붙였다. 한국노총은 투자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걸 요구했지만 정작 광주시 투자협상단은 노동계의 의견을 현대차에 전달만 하겠다고 딴소리만 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 시장이 “(한국노총이) 불참 이유로 사실이 아닌 내용들을 열거했다”고 한 데 대해서도 발끈했다. 한국노총은 “사실이 아닌 게 있다면 진실을 밝혀라. 진실을 숨기고 남의 탓만 하는 게 시장이 할 일이냐”며 “당장 시가 6월 10일 노사민정 참여단체 관계자 중 노동계만 쏙 뺀 채 보안각서를 받고 협상 내용을 공개했는데, 왜 우리에겐 공개를 못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의 반값 임금’ 논란을 낳았던 연봉 2,100만원 문제도 보안각서를 쓰고 협상 내용을 살펴봤던 복수의 인사들에게 확인했으니 과연 누구 말이 맞는지 가려보자는 것이다.

이 시장의 ‘남 탓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시장은 14일 유럽으로 출장 가기 전 노동계의 참여를 호소하면서 “모든 정책은 때가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도 노사민정이 함께 하지 못하고 더 지체되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했다.

이 시장의 ‘네 탓 타령‘을 두고 시청 안팎에선 현대차 투자협상 실패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출구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 시장이 시정운영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재편해 놓고 첫 사업이 무산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전임 시장과 지역노동계가 시민들에게 약속한 일자리사업을 민선 7기의 후임 시장이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시장이 ‘8월 중 현대차 투자협약’을 공언하며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대한 조급증을 내비친 뒤 갖가지 비판 여론에 직면하며 지지율이 추락하자 이를 막기 위해 ‘남 탓’을 해대며 시민들의 판단력을 흐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성과가 없으니 초조해지고 지지율이 떨어지니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노동계의 한 인사는 “이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광주의 미래가 걱정이다’라고 했는데, 과연 이 언급이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지 잘 생각해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용섭 시장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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