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꿈을 좇아 연기를 시작했고, 단편영화에 출연하던 시절을 거쳐 2011년 MBC ‘나도, 꽃!’을 통해 매체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어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공항 가는 길’ ‘마녀의 법정’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필모를 쌓아오더니 2018년 ‘같이 살래요’를 통해 본격적인 주연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첫 작품 만으로 주연 반열에 이름을 올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들과는 달리 오랜 시간 한 계단씩 올라오다 보니 자연스레 근성도, 작품에 대한 감사함도 늘었다. 배우 김권의 이야기다.
“아직도 멀었죠. 하하”.
‘국민 드라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KBS2 주말극이었던 ‘같이 살래요’에 출연하며 배우 생활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지만, 김권은 “아직 멀었다”는 겸손한 말로 현재에 대한 기쁨보다는 앞으로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갈 길이 아직 멀었는데, 욕심은 조금씩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여러 방면으로 욕심이 생겨요. 예전에는 제가 되고 싶은 배우의 이상향을 그리면서 ‘이런 배우만 해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색으로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요.”
앞서 지난 2014년 TV조선 ‘불꽃속으로’에서 최수종의 아역으로 주연을 맡은 적 있지만, 이후 다양한 드라마에서 캐릭터 있는 조연을 맡아왔던 김권. 전작 ‘마녀의 법정’에서 살인이라는 중심 사건에 연루된 백민호 역으로 강한 눈도장을 찍더니, ‘같이 살래요’로 급 주목을 받으며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평가에 김권은 주조연을 가리지 않겠다는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막상 다음 작품이 결정돼야 체감을 하겠지만, 사실 주인공 너무 하고 싶죠. 그런데 주인공도 좋지만 임팩트 있는 조연도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조연이든 주연이든 저는 작품이 괜찮다면 작은 역할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꼭 남자 주인공이라서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려고요. 요즘은 또 너무 다양한 드라마에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남자 첫 번째 배역이 의미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차라리 웰메이드 극에 임팩트 있게 나오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전에 없던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자신의 가치를 알린 계기가 된 ‘같이 살래요’는 여러모로 김권에게 특별하다. 최고 시청률 36.9%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해당 작품 이후 김권은 “전보다 확실히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들은 있었지만, 해당 작품들은 다 10%대 시청률이었어요. 앞자리가 2도 아니고 3을 기록한, 35%를 넘긴 작품은 처음이었죠. 그 덕분인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게 된 것 같아요. 식당에 가면 반찬도 더 주시고.(웃음)”
6개월이 넘는 긴 호흡을 이어오며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는 김권은 “신이 많은 날에는 몇 시간 못자고 바로 일어나서 감정 신을 촬영하러 가야 했다”며 “체력 소모가 너무 많이 됐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권이 연기했던 최문식 캐릭터는 키워준 어머니와 생물학적 아버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새 아버지와 새 식구들 사이에서 폭넓은 감정 연기를 선보여야 했던 만큼 후반부 감정 소모 역시 컸다.
“비결이요? 명상을 많이 했어요.(웃음) 눈을 감고 인물을 생각해보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인물을 생각하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극 중 문식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요. 그러면서 길었던 감정을 유지한 것 같아요.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죠. 문식이라는 인물이 그려야 하는 감정선이 높낮이가 극명하다 보니 더욱 이런 과정이 중요했죠.”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는 김권은 최문식과 자신의 닮은 점으로 ‘근성과 집념’을 꼽았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득달같이 달려드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근성이죠. 뭔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 갈 때까지 가보는 근성이나 집념이 비슷했어요. 다만 문식이는 근성이 집착으로 변질된 반면 저는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포기하고 인정하는 부분이 많아졌다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김권은 장미희, 유동근, 김유석 등 대선배들을 비롯한 많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김권은 선배들과의 호흡이 ‘같이 살래요’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부분이라고 입을 열었다.
“선배님들께 배운 것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앞으로 이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데 굉장히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는 거예요. 마음에 많은 것들이 새겨졌거든요. 특히 장미희 선생님께서 ‘배우로서 자기 자신을 절대 잃지 말라’고 말씀 해 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자신만의 철학과 컬러가 있어야 개성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는 말씀이 앞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됐죠.”
과거 배우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으면 한다는 언급을 했던 김권.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지금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제가 보기엔 잘 모르겠는데, (한)지혜 누나가 이번에 저에게 이야기를 해 주시더라고요. 지혜 누나랑은 제 첫 소속사에서 같이 소속되어 있던 배우로 인연을 맺고 7~8년 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누나가 저한테 이번 드라마 출연을 너무 많이 칭찬해주시더라고요. ”권이 너는 너만의 컬러나 무드가 생긴 것 같다. 너만의 스타일이 확실히 있는 게 너무 좋더라“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게 정말 저한테 비싼 영양제보다도 큰 힘이 됐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죠. 지혜 누나께도 너무 감사했고요.”
이제 갓 작품을 마친 김권은 빠른 시일 내에 차기작과 관련한 미팅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말로 쉼 없는 활동을 예고했다.
“하고 싶은 장르요? 스릴러도 괜찮고 공포도 좋아요. 아예 코미디 장르라서 완전히 풀어진 캐릭터를 연기해도 좋을 것 같고요. (코믹한 연기 잘 할 수 있겠나) 저는 자신 있어요. 할 수 있어요. 저도 정말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허당기 넘치고 웃긴 이미지거든요.(웃음) 찍어놓으면 나이 들어서 봤을 때 좋을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 등 매체는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어요. 최근 ‘미스터 션샤인’을 보는데 정말 영화 보는 것 같더라고요. 배우 분들의 깊이도 대단했고요. ‘라이프’도 배우들의 신하나 하나가 명장면이더라고요. 이제는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선이 허물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기작을 찾을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조급하진 않으려고요. 쉬게 되면 쉬는 거고, 좋은 작품을 만나면 바로 출연하려고요. 하지만 쉬게 될까봐 무서워하진 않으려고 해요.”
어떤 작품에 출연해도 ‘쟤는 역시 김권이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가 꿈이라고 덧붙인 김권은 진정성 넘치는 연기에 대한 포부를 전했다.
“늘 변신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정성을 갖고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색을 그릴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죠.”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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