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폭을 키우며 상반기에만 40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도 3억5,000만원으로 가구당 평균 대출액의 4.7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경기 악화, 금리 상승 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대거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0조7,000만원으로, 지난해 말(549조2,000억원)보다 41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자영업자로 분류해 이들의 개인사업자 대출 및 가계대출을 합산하고, 이를 토대로 자영업자 전체의 대출을 추산한 결과다.
상반기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분(39조8,000억원, 한은 가계신용 통계 기준)보다도 많다. 더구나 지난해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계대출과 달리,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은 전년 대비 14.4% 늘었지만, 올해(6월 기준) 들어서는 증가율이 15.6%로 1.2%포인트 높아졌다. 2014년 말 3억원 수준이던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 역시 6월 말 3억5,000만원으로 3년 반 만에 5,000만원(16.7%) 불었다. 6월 말 가계대출 잔액(1,409조9,000억원ㆍ가계신용 통계)을 가계대출자 수 (1,895만4,000명)로 나눠 계산한 평균 대출액 7,439만원과 비교하면 4.7배 많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로 ▦임대사업자 등록 증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사업자대출 증가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 은퇴와 맞물린 자영업 창업 증가를 꼽았다. 실제 업종별 대출비중을 보면 부동산업(임대업 포함)이 40.9%로 가장 높았고, 자영업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13.2%), 음식숙박업(8.8%)이 뒤를 이었다. 대출기관별로는 6월 말 기준 은행이 407조7,000억원(69.0%), 비은행이 183조원(31.0%)으로 은행이 두 배 이상 높지만,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비은행(22.2%)이 은행(12.9%)을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농협, 수협 등)에서 자영업자 대출 증가폭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 중 고소득(소득 상위 30%) 및 고신용(1~3등급) 비중이 각각 70%를 넘고 연체율(6월말 0.29%)도 중소기업 법인대출 연체율(0.64%)보다 상당히 낮아 현재로선 부실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자산이나 소득에 비해 부채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10% 수준으로, 상용근로자(76%)나 임시일용직(105%) 등 임금근로 가구에 비해 높았다. 특히 임대사업자를 비롯한 부동산업 종사 자영업자는 이 비율이 181%에 달했다. 소득 대비 부채규모(LTI) 역시 자영업자(189%)가 임금근로자(상용 128%, 임시일용 124%)를 크게 웃돌았다. 부동산업(338%), 도소매업(208%), 음식숙박업(200%)은 자영업자 평균보다도 높았다.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규모(DSR)는 42%에 달했다. 번 돈의 40% 이상을 빚 갚는데 쓰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임금근로자의 DSR은 20%대 후반(상용 28%, 임시일용 26%) 수준이었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고금리 금융기관(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 대부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2014년 말 3.8%→6월 말 4.2%)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레버리지(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되는 모습”이라며 “향후 대내외 충격 발생시 과다채무 보유자, 음식숙박·부동산업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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