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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군살 빼자” 어르신들 흔쾌한 추석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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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상 군살 빼자” 어르신들 흔쾌한 추석 반란

입력
2018.09.22 09:00
수정
2018.09.22 15:4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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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화합하는 명절, 온갖 음식 만들다 상처만 수두룩 

 집안 어른이 ‘간소화’ 선포… “이젠 명절이 기다려져요” 

'차례상 간소화’라는 구호는 오래 무력했다. 변방의 외침에 그칠 뿐 정작 의사결정권자들이 상차림을 왜,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무심했던 탓이다. 마침내 변화의 물꼬가 열린 것일까. 이제는 허례허식을 버리고 합리성을 추구하겠다는 ‘차례상 지킴이’들의 행복한 전향이 시작되고 있다. “애비야, 요즘엔 차례상 간소화라는 게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우리집도 그거 한 번 해보자.” 류효진 기자
'차례상 간소화’라는 구호는 오래 무력했다. 변방의 외침에 그칠 뿐 정작 의사결정권자들이 상차림을 왜,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 무심했던 탓이다. 마침내 변화의 물꼬가 열린 것일까. 이제는 허례허식을 버리고 합리성을 추구하겠다는 ‘차례상 지킴이’들의 행복한 전향이 시작되고 있다. “애비야, 요즘엔 차례상 간소화라는 게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우리집도 그거 한 번 해보자.” 류효진 기자

“차례상 차리고 그 많은 가족 식사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이에요. 내가 직접 하기 힘든 건 타인에게도 강요하지 말자. 그렇게들 생각한 거죠.”

경기 안성시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김용길(66)씨 가족에게 명절 스트레스나 증후군은 남의 이야기다. 추석 등 명절 아침이면 아들 내외가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온다. 상다리 휘어지는 차례상은 생략한 지 3년째다. 이제 조상님을 생각하며 다 같이 고향 방향으로 망배(望拜)를 올릴 뿐이다. 그 후 함께 형님인 김채옥(75) 한양대 명예교수 댁, 아이들의 큰집을 찾아 간단한 다과를 나누거나 외식을 한다. 돌아가신 아버님, 조상님을 위한 차례는 명절 일주일 전 즈음 시간이 되는 형제, 자매끼리 가족묘, 선산에 가 간단히 지내는 묘제로 대신한다.

“성묘 때도 며느리, 사위, 자식, 손주의 참석은 자율에 맡겨요. 보통은 아들과 며느리는 출근하고, 아기들은 어린이집에 가는 평일에 미리 다녀오게 되니까 권한 적도, 동행한 적도 없어요. 대단한 신념의 변화라기보단, 함께 합리적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변했어요.”

차례상 지킴이들의 대변신, 행복한 전향이 시작됐다. 가족 대화합의 장이 마련돼야 할 명절. 곳곳에서 이 기쁜 날이 화합은커녕 갈등, 불화, 홍역, 때로는 대참사로 마무리돼 온 배경에는 ‘상다리 휘어지는 차례상’이 자리했다. 송편, 만두, 탕과 국, 각종 전과 적 등 노동 집약이 아니고선 차려내기 어려운 음식이 즐비한 데다, 불평등한 가사노동 분담의 잔혹사가 얹히니 그럴 만도 하다.

비용도 만만찮다. 4인 기준으로만 계산해도 차례상 마련엔 전통시장에서 23만6,300원, 대형마트에서 30만9,600원(올해 한국물가정보 추산)이 든다. 매년 간소화를 결심해도 쉽지 않다. 홍동백서(紅東白西), 두동미서(頭東尾西), 조율이시(棗栗梨枾), 좌포우혜(左脯右醯)를 지키자니 색깔 별 과일, 고기와 생선, 포와 식혜 등 어느 하나를 빼놓기가 겸연쩍다.

본디 이런 차례 규율들은 격몽요결(擊蒙要訣), 주자가례(朱子家禮),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사례편람(四禮便覽) 등 어느 예서(禮書)에도 적힌 바 없이 근거가 희박한 데다, 특히 기제사가 아닌 차례는 소박해도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본보 2016년 9월 7일자)이다. 하지만 소위 결정권자가 바뀌지 않으면, 가족 구성원 누구 하나가 이런 지적을 들이밀거나, 분연히 들고 일어나 간소화를 외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고로 많은 자식 세대가 옛 모습의 차례상을 여전히 차려내는 속내는 요약하자면 이렇다. “어른들 마음 상하실까 봐 하던 대로” “어른들 생전까지는 우선 이렇게” “분란 일으키느니, 1년에 두 번인데 나 하나가 힘들고 마는 게 낫다”

곳곳에서 번지는 ‘그 어른들’의 선제적 변화, 김용길씨 형제와 같은 차례상 지킴이들의 간소화 선포는 그래서 더 빛이 난다.

 ◇ “합리성 추구하니 자연스레” 

8남매인 김씨 가족도 누구보다 전통과 효를 중시하는 문화를 배우며 자랐다. 매년 고향인 전북 부안을 찾아 기제사 8번, 차례 2번을 모셨다. 교수, 약사, 목사 등 각자 소임을 해내며 사회 각계에 자리 잡은 이들에게 효나 체면이 중요치 않을 리도 없다. 6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 건강이 약해지면서부터 제사 횟수를 줄이긴 했지만, 제사와 차례를 서울로 옮겨와 십수 년을 정성껏 모셨다. 그런데도 변화를 결단한 건 “마음이 다치는 사람이 없어야 고향 사랑도, 조상님 은혜도 의미가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형님댁에서 매년 지내다가, 점점 연로해질 형님과 형수님께 죄송해 저희 집으로 옮겨와 꼬박 10년을 지냈어요. 그런데 아버님 3년 상을 치르고, 두 아들도 모두 장가를 가니 아내가 어느 날 조심스럽게 내비치더라고요. ‘나는 계속해낼 수 있지만 이걸 아들 며느리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정말 맞는 말, 현명한 의견이었죠.”

평소 설과 추석 다음 날만 되면 근육통, 두통을 호소하는 주부들로 약국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을 매년 봐온 터였다. 넌지시 형을 포함한 형제자매들의 의견을 물었고 가족회의가 소집됐다. 나온 결론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제사는 아버님 기일에 산소에서만 지내되 참석은 무조건 자유에 맡긴다. 상은 참석자가 원하는 대로 준비한다. 둘째, 설과 추석 명절은 각각 가정이 원하는 방식으로 각자 보낸다. 김씨는 “무엇보다 아내가 좋은 생각을 했고, 전통을 중시해 오신 형님이 고민이 깊으셨을 텐데 큰 결단을 해주셨다”고 공을 돌렸다.

김용길(66)씨는 “고향과 가족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존재로 남으려면 마음 다치는 사람이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김용길(66)씨는 “고향과 가족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존재로 남으려면 마음 다치는 사람이 없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가장 큰 소득은 평소 김씨가 중시하는 합리성, 배려, 긍정의 원칙이 명절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점이다. “웃으며 할 수 없는 일은 바꾸거나 미뤄서라도 웃으며 해내자고 생각해요. 명절인데 더욱 더 내 가족 중에 마음 다치는 사람이 나오면 안 되잖아요. 고향은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곳이고, 가족은 떠올리기만 해도 미소가 번지는 존재인데요.”

시어머니, 시아버지의 이런 뜻을 모를 리 없는 며느리는 감사편지로 존경을 표한다. “가족끼리 소원해지지 않냐고요? 아이들은 늘 감사를 표하고요, 함께 외식하고 야구장 관람하며 잘만 지냅니다. 형제자매들도 결혼식 등 경사가 있을 때 외식으로 뒤풀이를 크게 하며 화기애애하게 지내죠. 합리성 덕분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행복하게 흘러왔어요.”

 ◇ “찡그릴 바에야 웃으며 축소” 

경북 영천시의 김미희(58)씨 가족도 꾸준히 차례상 규모를 줄이거나 차림에 변화를 주다 지난해 추석부터 묘제로 차례를 대신한다. 평생 전통 제사상, 차례상을 차려내고 지켜 온 어머니 박태득(86)씨의 결단이 있었다.

“살아 계실 때 잘해야지, 돌아가신 뒤에 낭비하고 먹지도 않는 것들 차려내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어머님 말씀이 있어가, 이미 차림을 확 줄인 지는 몇 년 됐어요. 나물도 파란 나물 한 가지. 생선도 식구들이 좋아하는 종류로 한 마리만. 국도 고깃국 말고 좋아들 하는 고디국(다슬기국)으로. 전은 특히 예전만큼 안 부쳤어요. 좋아하셨던 외국 과일 몇 개 올라갑니데이.”

그나마도 작년부터는 성묘 가서 간단히 포와 과일만 올린다. 김씨는 “돈이 적게 드는 점도 크지만 무엇보다 심정적 부담이 확 줄다 보니 명절을 기다리는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했다.

“예전처럼 힘들지 않고 즐겁죠. 벌써 죽도시장 가서 생선 장도 봐다 놨어요. 산소에 가져갈 포, 과일, 술 등 간단히 챙기려고요. 살아계실 때 잘하고, 조상님은 마음으로 공경하면서 남은 가족들이 화목한 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니겠어요.”

이처럼 전향적 변화는 아니지만, 한 걸음씩 작은 움직임을 모색하는 이들도 있다. 경북 안동시 남호준(40)씨 가족의 차례에는 10년 전만 해도 총 네 상이 동원됐다.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후손 없이 돌아가신 작은 아버지 각각을 위한 차례상 한 상씩에, 안동 지역에서 중시하는 성주신(城主神ㆍ집을 담당하여 지키는 신)을 위한 성주상 한 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장비 대여업을 하는 남씨는 추석 연휴 4박 5일 전부터 차례상 준비를 위해 안동으로 향했다. 이런 식이라면 아버지가 돌아 가신 뒤에는 다섯 상을 차릴 추세였다. 첫 변화의 물고를 든 건 아버지였다. “돌아가시기 전에 이제는 ‘한 상으로 줄여서 해라’하시더라고요. 아마 본인이 직접 후손들을 위해서 줄여놓지 않으면 자식들이 그대로 할 수나 있겠나 싶으셨던 것 같아요.”

상은 딱 하나로 줄이고, 성주상을 간소화했다. 그 뒤 남씨 형제가 상차림을 주도하면서부터는 차림새의 변화도 조금씩 꾀했다. 남씨는 “예전에나 음식 귀하고 해서 전 같은 것 좋아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많이 먹지도 않고 식구들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지 않냐”라며 “조리가 힘든 것들은 줄이고 사서 올릴 수 있는 과일 위주로 한다”고 했다.

허례를 탈피하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전통을 귀히 여기는 경북 안동 지역의 남호준씨 가족은 총 네 상을 차리던 차례상을 한 상으로 줄였고, 대대로 중시하는 성주상도 사서 올릴 수 있는 과일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남호준씨 제공
허례를 탈피하려는 노력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전통을 귀히 여기는 경북 안동 지역의 남호준씨 가족은 총 네 상을 차리던 차례상을 한 상으로 줄였고, 대대로 중시하는 성주상도 사서 올릴 수 있는 과일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남호준씨 제공

 ◇ 전(煎), 이렇게 많이 부칠 일인가 

이런 변화상에 전문가들도 반색한다. 송유미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장(대구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사실 최근 많은 가정에서 유지되는 차례상의 형식과 규모는 조상이나 사회규율을 감안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런 관행을 여전히 믿는 집안 어른들을 배려하는 측면이 크다”며 “그러니 많은 가정에서 ‘어른들 계시는 동안까지는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어지간하면 어른들 생각 거스르고 싶지 않고, 마음 편하게 해드리려고 하는 거죠. 저희 집만 해도 세대가 바뀌면 올리는 음식부터 실용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로 바꾸려고 해요. 그런 변화들은 점점 많은 곳에서 속도가 붙지 않을까요.”

‘한식의 품격’(반비 발행)의 저자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차례상이야말로 음식의 맛이나 완성도와 무관하게 여러 종류를 차려내야 한다는 집착이 반영된 ‘한식의 전개형 한상차림’ 그 자체”라며 “조리과정, 맛, 노동분담에 불합리한 구석이 많은데, 전통으로 포장된 이런 습관에 대한 회의가 일어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음식의 온도나 맛의 균형은 제쳐놓고, 모든 음식을 거나하게 한 상에 담아 과시하는 차림이 일종의 강박은 아닐지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씨는 책에서 명절을 “서로 가까워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큰 나머지 아무도 가깝지 않은”데다 “일의 분업조차 그다지 공평하지 않았던” 날로 회고했다. “전만 봐도 그대로 구워도 될 재료에 굳이 켜를 입혀 낮은 온도의 기름에 오래 익히는 음식이잖아요. 계란이 과조리로 뻣뻣해지고, 그나마 바로 먹으면 맛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죠. 다시 덥힐 때 눅눅히 기름을 흡수하고요. 가부장적 질서 아래에서 이걸 힘들게 만드는 사람은 뻔한데, 정말 지금쯤 되면 전은 그만 부치거나, 소량을 사서 쓰는 편이 현명하지 않을까요.”

일부러 열량을 높이기 위해서거나, 조금 더 복잡한 조리과정을 거치려는 ‘체면치레’가 덧입혀진 음식이라면 원치 않는데도 계속해나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명절에 이건 꼭 먹어야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하는 모든 음식은 조리가 쉽지 않은 데다 조리법을 들여다봐도 불합리하다”며 “명절 노동과 얽힌 정서 문제가 매우 큰 데도 이를 다 집에서 누군가 하도록 강제하기보다는 가짓수를 줄여가거나, 전문 영역으로 넘겼으면, 즉 사서 썼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이명숙 원장은 “차려놓은 상이 얕거나 좁으면 불효라는 인식 때문에 차례상이 점점 화려해졌다”며 “음식의 양은 중요하지 않고, 정성을 들여 깨끗하게 차려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이명숙 원장은 “차려놓은 상이 얕거나 좁으면 불효라는 인식 때문에 차례상이 점점 화려해졌다”며 “음식의 양은 중요하지 않고, 정성을 들여 깨끗하게 차려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류효진 기자

 ◇ 다 놓겠다면 사는 것도 방법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껏 차려야지 가짓수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요즘은 맞벌이에 여행도 가시는데, 즐겁게 할 수 없을 때는 차라리 주문을 하세요. 할 수 없는 걸 억지로 하다 보면 당연히 신경질이 나죠. 저도 바쁠 때는 주문해요. 제가 사서 쓰시라고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이에요.” (웃음)

평생 전통음식과 반가 및 명가의 내림음식을 연구해 온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이명숙(75) 원장의 조언이다. 경우에 따라선 가짓수를 줄여나가는 편이, 그조차도 사서 쓰는 편이 정성 측면에서 낫다는 얘기이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사실상 송편 하나만 해도 빚는데 하루가 걸리지 않느냐”라며 “요령껏 하시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에 따르면 가정, 지방마다 다르지만 최근 통상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23~25가지 정도다. 이들 음식 가운데 의미가 덜한 순서대로 빼기 시작하면 최종 가짓수를 금세 10개 내외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규율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각 음식에 나름의 의미는 있어요. 예를 들어, 나물은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뿌리와 이파리, 즉 조상과 후손을 의미해요. 나와 부모, 조상이 연결될 수 있는 것을 생각 한 거죠. 간소화할 때는 이런 의미가 가장 적고 먹어서 득이 되지 않는 종류부터 덜어내면 좋아요.”

대표적인 음식이 적(炙), 다식, 사과, 강정 등이다. 이 원장은 “성의가 없는 것 같아 가짓수를 줄여나가는 게 늘 쉽지는 않다”면서도 “경우에 따라 설날엔 떡국이 있으니 면이나 편을 빼고, 적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잘 먹는 육적을 남긴다거나 하는 나름의 원칙을 세워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본래 제례 음식이라는 게 가가례(家家禮)에요. 나는 이런 것들 다 빼고 아버님이 예전에 좋아했던 미역국과 가족이 원하는 음식만 올리고 싶다면, 그것들로 차례를 지내도 괜찮아요.”

그래도 기준, 준칙이 없으면 어쩐지 불안하다는 이들을 위해 첨언하면, 그가 꼽는 ‘가장 의미가 있는 차례 음식’은 대추, 밤, 감, 배, 포, 나물이다. 전통음식 연구에서 부여하는 의미가 깊은 것들이다. 이 원장에 따르면 △한 번 꽃이 피면 반드시 열매가 맺히는 대추는 자손 번창과 혈통을 △땅에서 썩지 않는 밤은 조상과의 연결을 △가지치기를 잘 해줘야 열매가 맺히는 감은 많이 가르쳐야 훌륭하게 자라는 사람 △배는 백의민족을 △알을 많이 낳는 명태로 만든 북어포는 자손번창을 의미한다.

“필요한 만큼만, 재료구입부터 가짓수를 줄여 시작해보세요. 요즘엔 돌아가신 분들이 좋아하던 음식도 다 사서 올릴 수 있으니 그런 것도 올려보고요. 무엇보다 준비는 남녀가 함께하세요. 조선에서조차 임진왜란 전에는 남성들이 당연히 차례음식을 만들었답니다. 즐거운 명절인데 화목하게, 정성껏, 깨끗하게 차린다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어요.”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박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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