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군이 2016년 군위읍 정1리에 ‘순초 공원’을 조성하면서 사업계획서도 작성하지 않고 공사를 추진했다는 의혹과 함께 공원 부지 기부자에게 받은 기부승낙서의 날짜를 수정한 정황까지 포착돼 잡음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주민 A씨가 8월8일에 2016년 사업계획서 및 사업추진 내역과 기부채납 재산 심의회 회의자료 등의 정보공개를 청구를 하면서 드러났다.
A씨에 따르면 8월24일 군위군이 공개한 사업계획서에는 날짜 도장과 결제라인이 명시된 접수인이 찍힌 표지가 없었다. 이에 A씨가 9월5일 정보 공개 이의신청서를 들고 담당 부서를 찾아가 “결재 표시가 있는 사업계획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담당공무원이 ‘순초 공원’ 관련 서류를 모아둔 파일을 직접 보여주면서 “당시의 사업계획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군위군 고위 관계자는 “서류가 미흡했지만 이미 기부채납을 마치고 등기까지 한 상황이어서 법적으로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부채납 재산 심의회 회의 자료에 첨부된 기부승낙서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당당 공무원은 “2018년 5월에 기부승낙서 2부를 만들어 기부자에게 도장을 받아왔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2018년 5월 29일에 진행된 공유재산심의회에 제출한 기부승낙서와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기부승낙서의 날짜가 달랐다”고 지적했다. 전자의 기부승낙서에는 승인날짜가 워드로 ‘2018.5’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후자의 승낙서에는 워드로 작성한 연도(2018) 옆에 수기로 ‘7.17’이란 날짜가 쓰여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A씨는 8월29일에 등기소에 접수된 기부승낙서를 보여 달라고 다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A씨는 “9월 12일 받은 기부승낙서는 이전에 본 2장의 승낙서와 또 다른 종류였다”면서 “날짜는 ‘7.17’이었지만 이번에는 글씨체가 달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담당공무원은 “등기 신청을 하려다가 군의회의 기부 의결 날짜와 기부승낙서의 날짜가 같아야 한다고 해서 날짜를 그렇게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 담당자는 기부자에게 기부승낙서만 받으면 행정 절차가 끝나는 것으로 알고 승낙서 수령 이후 작업을 하다가 뒤늦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1,000㎡ 이상이 되면 군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의회 의결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기부 받은 땅을 등기 신청하기 위해서는 기부승낙서에 박힌 날짜와 의회 의결일이 일치해야 하는데, 기부승낙서 서류에 5월로 표시되어 있었던 것. 이에 서류를 작성하던 법무사가 군청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등기 원인 일자가 맞지 않아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담당공무원은 “등기하는데 지장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라”는 답변을 줬다. 통화 후 법무사 측은 기부승낙서의 날짜를 7월17일로 수정했다.
A씨는 “관공서 사업이 사업계획서도 없이 추진된 데다 날짜가 서로 다른 기부승낙서가 존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특히 기부승낙서 같은 경우 시일이 늦어지더라도 적법한 절차를 따라 신중히 처리를 했어야 했다”면서 “상부 기관의 철저한 감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초 공원’은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총 사업비 약 3억4,000만원을 들여 주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했다.
권성우기자 ksw161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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