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추석, 설날 등 명절마다 최고 인파 기록을 갈아치우는 곳이 있다. 평일 하루에도 수만 명이 찾는 공항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밝힌 명절 연휴 기간 하루 평균 출국자 수는 2011년 3만 2,249명에서 2017년 9만 2,543명으로 2.8배 늘었다. 이번 추석에 이 기록이 또 갱신될 예정이다. 1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밝힌 ‘추석연휴 정부합동 특별교통대책’에서 따르면 추석연휴 예상 출국자는 77만7,000명, 하루 예상 출국자는 13만명이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고 명절, 휴식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서 귀성객이 줄고(2.7%) 출국자 수는 늘어났다(8.2%).
“추석 연휴 전에 고향에 먼저 다녀오려고요. 가족끼리 여행가는 승객 보면 부러운데, 연휴에 더 바쁜 곳이니 관리자인 제가 먼저 쉬겠다는 말은 안 떨어지더라고요.” 18일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만난 김은경(34) 조은시스템 휴대지원 1과 차장은 “고향에서 명절 맞은 건 3년 전”이라며 “명절 전 직원들에게 마음 단단히 먹고 출근하라고 당부해둔다”고 말했다. 2004년 인천공항 1터미널 보안검색요원으로 조은시스템에 입사한 그는 올해 초 2터미널이 개항하며 이곳으로 넘어왔다. 김 차장은 “명절에 평소보다 더 많은 보안 인력을 추가 배치했지만,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된 올해 설날부터는 추가 배치가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김은경 차장의 고향은 충북 괴산. “도시 일자리”를 찾다 친척이 있는 인천으로 장소를 낙점, 그 중 평소 관심 있던 공항 구인 정보를 집중적으로 찾아 지원했다. 꼭 10년간 보안검색 실무를 담당했고 2014년 대리로 승진하면서 보안검색 요원들을 관리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현장 관리자가 됐다.
공항 보안검색 요원의 업무는 세 가지로 나뉜다. 출국자 휴대품과 신체를 검색하는 휴대검색, 출국자 수하물을 검색하는 위탁검색, 환승객 휴대품 신체를 검색하는 환승검색이다. 김 차장은 환승검색요원으로 일한 2년을 제외하고 12년간 휴대검색 담당자로 일했다. “14년간 공항 출국장의 제일 큰 변화는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는 거예요. 2~3년 전까지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사드 여파로 최근에는 개인관광객이 늘었죠. 국내 출국자 중에는 영유아 출국자가 많아졌어요. 가족여행을 해도 예전에는 2~3세 아이를 국내에 맡기고 부부만 떠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부모가 아기를 품에 안고 떠나요.”
김 차장이 인천공항에서 근무한 14년 간, 명절 출국장 풍경도 바뀌었다. 그는 “체감상 외국인과 한국인 출국자 비율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중에서도 북미, 유럽 외국인은 줄고 아시아계 외국인 출국자 수가 늘었다. 저가항공이 등장하면서 명절 연휴 기간 고향을 찾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난 탓이다. “예전에는 출장 가는 40~50대 남성 승객 비율이 높았는데, 대체휴일이 도입되면서 가족단위 여행객이 늘었죠. 젊은 여성들 출국이 늘고, 단체 여행객보다 자유 여행객 출국자 비율이 더 높은 점도 변화입니다.”
100㎖ 이상 액체류, 라이터, 칼 등은 항공기 기내 반입 금지 품목. 해외 출국자 연 2,700만명(2017년 기준) 시대에 상식이 됐지만 제때 수하물로 부치지 않고 보안검색대에서 물품 압수당하는 출국자, 물론 있다. “3대가 해외여행 떠나면서, 비행기에서 손주한테 과일 깎아주려고 과도 챙기다 검색대 서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는 명절이면 한 두번씩 꼭 나오는 사례다. “100ml 이상 치약을 갖고 (비행기) 타겠다고 우기다 제지당하자, 욕설을 퍼부으며 바닥에 다 짜버리고 출국장을 빠져나간” 승객은 14년간 보안검색을 담당하며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다. 김 차장은 “하루 종일 서서 하는 업무다 보니 허리나 다리에 무리가 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감정노동에 시달릴 때”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저는 진로 고민하는 후배가 있으면 제 직업 추천합니다. 인천공항 하루 출국자 수가 최대 10만에 육박해요. 이 공항에서 단 한 차례 테러 없이, 모든 항공기가 무사히 운항하는데 제가 한 몫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소소하게는 검색대 지나는 출국자들께서 ‘명절에 고생 많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실 때 보람을 느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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