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예능이 부활의 초석을 마련했다. 2000년대 초 예능가 트렌드를 이끌었던 ‘여걸 식스’ ‘무한걸스’ ‘청춘불패’의 뒤를 이어 또 한 번 걸출한 여성 예능이 탄생할까.
▶ 2000년대 초, 예능가 ‘핫’ 키워드=여성 예능
과거 예능가를 뜨겁게 달궜던 여성 예능 인기의 시초는 ‘여걸 식스’였다.
2004년 KBS2 '해피선데이'의 코너였던 ‘여걸 파이브’로 시작한 ‘여걸 식스’는 이경실, 정선희, 조혜련, 옥주현, 강수정이라는 역대급 라인업과 게스트를 초청한 게임과 토크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이경실 대신 이혜영, 심은진, 홍수아가 합류해 2005년 자체 프로그램으로 발전한 ‘여걸 식스’는 쥐돌이 게임, 디비디비딥 등 범국민적 인기를 구가한 게임들과 과감한 토크 등으로 2008년까지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 원년 멤버들 외에도 현영, 최여진, 전혜빈 등이 ‘여걸식스’를 통해 예능감을 발휘했으며, 커플 매칭, 남성 중심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여성 파워를 과시하는 장을 마련했다.
이어 2007년에는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가 여성 예능의 뒤를 이었다. 여성판 ‘무한도전’을 표방하며 탄생한 ‘무한걸스’는 송은이, 김숙,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 정시아, 김나영, 정주리, 백보람, 황보 등이 멤버로 출연하며 2013년까지 무려 6년간 장수했다.
여성판 ‘무한도전’이라는 기획 의도답게 ‘무한걸스’는 다양한 콩트와 체험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했다. 특히 당시 ‘레전드 콩트’를 남겼던 김신영, 신봉선, 송은이, 안영미 등의 활약은 마지막 시즌이 종영한 지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네티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후 2008년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골드미스가 간다’, 2009년에는 KBS2 ‘청춘불패’가 연이어 론칭하며 각 프로그램만의 확실한 색깔과 재미로 여성 예능의 인기를 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했던 여성 예능의 인기는 시즌을 거듭하며 롱런하던 ‘무한걸스’가 지난 2013년 종영한 이후 명맥이 끊겼다.
▶ 2016년, 명맥 끊긴 여성 예능 불씨 틔웠다
‘무한걸스’의 종영으로 주춤했던 여성 예능은 지난 2016년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의 등장으로 다시금 불씨를 틔웠다.
라미란, 김숙, 홍진경, 민효린, 제시, 티파니를 주축으로 각자 꿈을 이뤄주는 콘셉트를 표방했던 ‘언니들의 슬램덩크’ 첫 번째 시즌은 감동과 재미를 함께 전하며 시즌 2 론칭에 성공했다.
특히 시즌2에서는 김숙, 홍진경, 강예원, 한채영, 홍진영, 공민지, 전소미가 출연해 걸그룹 ‘언니쓰’를 탄생시켰고, 이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넘어 음원 차트 롱런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라디오스타’의 스핀오프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박소현, 김숙, 박나래, 차오루 ‘4MC’ 체제로 시작했던 ‘비디오스타’는 차오루에 이어 전효성, 써니 등을 영입하며 ‘여성 중심 토크쇼’로 자리매김했다.
▶ 2018년, 여성 예능의 진화는 현재진행형
앞서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비디오스타’가 죽어가던 여성 예능의 불씨를 되살렸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표 여성 예능이 등장하지 않던 중 한층 다양해진 콘셉트로 두 편의 여성 예능이 탄생했다.
올리브가 지난 6월 첫 방송을 선보인 ‘밥블레스유’는 시청자의 생활밀착형 고민을 맞춤형 음식으로 위로해주는 ‘먹부림+고민풀이’ 쇼다.
‘밥블레스유’는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의 출연 소식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오랜 시간 연예계 절친으로 지내왔던 만큼, 4명의 남다른 케미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기 떄문이다. 또한 최근 ‘전지적 참견시점’을 통해 먹방의 절대 강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던 이영자의 출연은 또 다른 레전드 먹방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 같은 기대 속 출발한 ‘밥블레스유’는 기대 이상의 케미와 먹방에만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구성, 여성 예능 고수 4인다운 입담으로 매 회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그간 여성 예능들이 선보인 적 없던 ‘먹방+수다+고민상담’이라는 콘셉트는 여성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가능성을 제시했다.
‘밥블레스유’에 이어 라이프타임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파자마 프렌즈’ 역시 여성 예능 부활 대전에 합류했다.
컴퍼니상상의 김주형, 용석인 PD과 라이프타임이 공동기획하며 화제를 모은 ‘파자마 프렌즈’는 장윤주, 송지효, 조이, 성소라는 새로운 조합과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호캉스(호텔+바캉스)’ 콘셉트로 색다른 재미를 예고했다.
특히 콩트 등으로 재미를 전했던 과거 여성 리얼리티 예능과는 달리 ‘파자마 프렌즈’는 네 명의 출연자들이 호캉스를 통해 1박 2일을 함께 지내며 어디서도 말한 적 없던 고민을 솔직하게 나누는 등의 포맷으로 장윤주, 송지효, 조이, 성소의 재발견을 기대케 했다. 실제로 지난 15일 첫 방송에서 ‘파자마 프렌즈’는 멤버들의 케미와 시청자들을 공감하게 했던 솔직한 이야기들로 호평을 받았다.
2000년대 초를 뜨겁게 달궜던 여성 예능은 2018년 현재, 더욱 다양해진 콘셉트와 재미 포인트로 무장하며 또 한 번 예능가 트렌드를 이끌기 위한 준비 중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지금, 여성 예능인들의 파워에 신선한 기획을 더한 걸출한 여성 예능들이 예능계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기대해 볼 만하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