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를 사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시민들은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을 가둬놓는 동물원 자체를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태를 해치지 않는 대규모 국립동물원을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사건은 18일 오후 5시 10분쯤 대전시 중구 동물원 ‘대전 오월드’에서 퓨마가 사육장을 탈출하면서 시작했다. 수색대는 1시간 30분쯤 후 동물원 안 배수로에서 퓨마를 발견, 마취총을 쐈지만 포획에 실패했다. 다시 수색을 벌여 동물원 건초보관창고 인근 야산에 숨어 있는 퓨마를 발견해 오후 9시 40분쯤 사살했다. 조사결과 이날 오전 사육사가 청소 후 사육장 문을 잠그지 않아 퓨마가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사육사가 문을 잠그지 않아 탈출했고, 마취총을 잘못 쏴서 다시 달아나는 등 사람이 잘못이 큰데 무조건 사살해 사태를 마무리한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사육사를 엄하게 처벌하고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원을 아예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물원, 수족관 폐쇄 청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네티즌은 ‘하루에 수백㎞를 뛰어다니는 동물들을 참혹하게 가둬두고 구경하는 동물원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며 ‘국내 동물원과 수족관을 폐쇄하고 야생 적응을 할 수 없는 동물들은 해외의 안전한 보호시설로 모두 보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한 대규모 국립동물원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려 8년간 좁은 우리에 있다가 4시간 30분을 뛰어다녔으니 오히려 행복했을 수도 있겠다는 글에 공감했다’면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 차를 타고 지나가다 만난 백두산 호랑이를 만나는 것을 생각해보라. 남북이 하나된 국립동물원을 만든다면 관광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호주에선 사람이 동물 서식지에 가서 보고 생태계 구조를 공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전시 동물의 복지 수준은 굉장히 낮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야생동물을 감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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