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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차 함께 탑승 ‘평양 맨해튼’ 여명거리 관통… 10만 인파 “통일” 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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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개차 함께 탑승 ‘평양 맨해튼’ 여명거리 관통… 10만 인파 “통일” 연호

입력
2018.09.18 20:00
수정
2018.09.19 00: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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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함께 무개차를 타고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향하며 평양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함께 무개차를 타고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향하며 평양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일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도착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내 카퍼레이드를 하며 파격적인 환대를 받았다. 남북 정상이 함께 무개차(지붕이 열린 차)에 올라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를 펼친 것은 최초다. 김 위원장과 평양 시민 10만여명의 환대에 문 대통령은 퍼레이드 내내 손을 들어 환영 인파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를 각각 태우고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한 차량은 평양 도심이 시작되는 버드나무 거리의 고급 음식점인 연못관에 멈춰 섰다. 두 차량을 앞에서 호위한 오토바이 행렬이 모습을 드러내자 도로 양쪽에서 기다리던 평양 시민들의 환호가 시작됐다.“조국 통일”이라는 연호도 계속됐다.시민들은 형형색색 한복을 맞춰 입은 여성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 정장 차림의 남성 등 수천명이 열을 맞춰 꽃술과 인공기,한반도기 등을 흔들었다.이번 퍼레이드에 동원된 인파는 총 1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추산했다.

차량에서 내린 문 대통령은 흰색 한복 차림의 여성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김 위원장과 대기 중이던 무개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북 정상이 최초로 함께 하는 평양 카퍼레이드의 시작이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 차량에 타 연도환영을 받았으나, 경호 문제로 무개차가 아닌 리무진을 이용했다. 당시 두 정상이 55분간 단독 밀담을 나눠 대화 내용을 둘러싸고 큰 관심을 모았다.2007년 방북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무개차에 올라 퍼레이드를 했다.앞서 김정일 집권 시기 때 카 퍼레이드를 한 것은 2001년 9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방북 때가 유일하다.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탄 무개차는 방탄 기능이 적용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풀만 가드’의 개조 차량으로 추정된다.

양 정상은 수㎞ 이어진 퍼레이드 동안 무개차에 나란히 서 평양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차량이 룡흥사거리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평양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여명거리에 들어서면서연도환영 규모가 대폭 커졌을 뿐 아니라 도시 풍경도 화려해졌다. 여명거리는 김 위원장이 2016년 4월부터 약 1년에 걸쳐 평양에 조성한 일종의 신도시로 북한 명문 김일성종합대학 청사와 교직원 전용 초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이날도 겹겹이 서 있는 환영 인파 뒤로 고층 건물들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북측이 만수대의사당이나 김일성광장 등이 위치한 평양 중심부가 아닌 이곳으로 동선을 정한 데는 평양의 발전을 전세계에 보이기 위한 김 위원장의 계산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평양 시내 동승 퍼레이드는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진행된 도보다리 밀담의 평양 버전이라는 분석이다.또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랜드마크들을 돌며 시내 야경을 감상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평양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과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함께 타고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는 동안 평양 시민들이 연도환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8일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과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개차를 함께 타고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는 동안 평양 시민들이 연도환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퍼레이드 차량은 이어 금수산태양궁전을 지나 최종 목적지이자 문 대통령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퍼레이드 내내 손을 높이 들고 좌우에 늘어선평양 주민들을 살피던 문 대통령은 연도환영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차량 좌석에 앉아 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무개차에 서서 오다가 여명거리가 끝날 무렵 환영 인파가 없는 곳에서는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백화원 초대소까지 들어왔다”고 전했다. 공식 회담에 앞서 의제 관련 밀담이 오고 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ㆍ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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