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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조사 ‘세 갈래’ 진행... "예산만 낭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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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조사 ‘세 갈래’ 진행... "예산만 낭비" 비판

입력
2018.09.19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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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치고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치고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통계청장 경질 논란을 부른 가계동향조사가 전면 개편된다. 소득 부문은 분기, 지출 부문은 연간 단위로 조사하던 것을 내년부터 분기 단위로 통합해 조사한다. 단 소득ㆍ지출 통합 지표가 공식 발표되는 2020년 전까지는 소득과 지출을 분리해 조사하는 방식도 유지된다. 결과적으로 2019년 가구의 소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통계청의 조사는 연간 단위로 공표하는 가계금융ㆍ복지조사까지 포함하면 무려 ‘세 갈래’로 진행되는 셈이 된다. 똑 같은 조사가 세 번이나 진행되며 예산만 낭비될 것이란 비판이 적잖다.

18일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가계동향조사 통합작성방안’을 발표했다. 통계청은 내년부터 소득ㆍ지출 부문을 통합해 조사하기 위해 ▦표본 설계 ▦작성 주기 ▦조사 방법을 바꾼다. 우선 표본은 고용ㆍ소득 파악 등 다목적으로 쓰이는 경제활동인구조사 표본 대신 소득ㆍ지출만 파악할 목적으로 추출한 전용표본을 활용한다. 작성 주기는 시의성 확보를 위해 소득(분기)ㆍ지출(연간)을 모두 분기로 통일한다. 소득(면접조사)ㆍ지출(가계부 기장)로 이원화됐던 조사 방법도 가계부를 쓰는 방식으로 회귀한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구의 생활수준과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1963년부터 작성돼 오던 통계다. 그러나 조사 대상 가구가 3년간 가계부에 소득과 지출을 매일 적어 제출하는 방식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통계청은 2016년 말 상대적으로 조사가 용이한 지출 부문 조사만 유지하고, 소득 부문 조사는 2017년을 끝으로 폐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소득 부문 조사는 슬그머니 부활됐다. 여당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소득 부문 조사가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소득 부문 조사가 부활하며 소득(분기)ㆍ지출(연간) 조사의 작성 주기를 통일해 가계수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각계의 요구는 더 커졌다. 소득ㆍ지출 조사 표본과 작성 주기가 같으면 양쪽 지표를 연계 분석하는 게 쉽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소득과 지출 부문 모두 분기 단위로 통합해 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특정 시점 간 소득ㆍ지출 변화를 비교하는 시계열 비교가 어려워져, 2020년 전까진 소득과 지출을 분리해 조사하는 기존 방식도 존속시키기로 했다. 통합 조사 발표도 내년부터가 아니라 2020년부터 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에서 조사에 투입되는 예산은 대폭 증액됐다. 올해는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에 29억원, 지출 부문에 1억원, 가계금융ㆍ복지조사에 20억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가계동향조사 소득ㆍ지출 분리 조사와 통합 조사가 병행돼, 통합 조사 비용 130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을 예정대로 폐기하고, 지출 부문과 가계금융ㆍ복지조사만 시행했다면 내년 조사 예산은 20억원 안팎에 그칠 수 있었다.

예산 증액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대한 신뢰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지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전용표본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18년 조사와 2019년 조사 표본이 완전히 달라져 비교 분석이 어렵다. 통계청의 개편 과정에 참여한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새로운 표본의 신뢰도가 아무리 높다 해도 조사 방법, 표본 추출 방식 등이 다른 과거 표본 조사 결과와 비교하는 건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불확실한 통계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적잖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주기적으로 받는 월급 등 근로소득은 가계부 방식으로도 오차 없이 조사할 수 있지만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은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가계동향조사는 지출 부문에 한정하고, 소득은 국세청 등 행정기관 자료를 활용한 가계금융ㆍ복지조사로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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