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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해준다며 성폭행한 유명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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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해준다며 성폭행한 유명 심리상담사

입력
2018.09.19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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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찰. 한국일보 자료사진

심리상담을 빙자해 20대 여성을 수 차례 성폭행한 유명 심리상담사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상담사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2월부터 3개월간 서초구 사무실을 비롯해 서울과 부산에 있는 각종 숙박시설 등에서 A씨를 성폭행한 혐의(준강간ㆍ준유사강간ㆍ강제추행)로 H치료연구소장 김모(54)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한 교단의 목사이기도 하며 상담치료의 한 종류인 사이코드라마로 언론을 통해 대중 강연을 하는 등 심리상담사로서 상당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서울의 한 대학원 교수를 겸하고 있으나 9월부터 건강상 이유로 휴직한 상태다.

경찰은 김씨가 A씨에게 상담을 해준다면서 숙박시설 등으로 유인한 뒤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씨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범행 도구 등 이를 입증할 증거도 상당수 확보했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이 전형적인 ‘그루밍 성폭력(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행하는 성폭력)’이라 보고 있다. A씨는 2016년 직장 내 성폭력으로 회사를 그만둔 뒤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하다 상담치료를 위해 지난해 2월 김씨와 처음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성폭행을 거부할 때마다 김씨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연습의 일환이다’ ‘이런 태도면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없다’ 등 지속적으로 내가 잘못 행동하는 것처럼 말했다”며 “처음 만난 이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모바일 메신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내가 너를 엄청 도와주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한다’고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트라우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A씨는 저명한 심리상담사 김씨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편안하게 상담하기 위해선 숙박시설이 낫다’며 A씨에게 직접 장소를 예약하게 하고, 그곳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도 파악했다.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상담을 하는 것 자체가 상담사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권수영 한국상담진흥협회장은 경찰에 ‘어떠한 경우에도 숙박시설에서 상담을 진행하지 않으며 성행위가 상담적ㆍ치료적 개입의 일환이 될 수 없다. 즉시 전문상담사자격증을 박탈할 수 있는 윤리 위반 사안’이라는 소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A씨는 “김씨가 휴대폰을 뺏어가 그간 오갔던 모바일 메신저 대화기록을 삭제하는 등 증거 인멸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동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며, 상담료를 받지 않은 순수한 도움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성폭력 당시 확실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김씨가 상담료로 50만원을 요구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해 바로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김씨 연구소 관계자는 “김씨가 검찰 출석도 하지 않은 상태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자세히 듣기 위한 본보의 수 차례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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