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하네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정구 2관왕에 오른 김진웅(28ㆍ수원시청)은 입대영장에 명시된 입대일 ‘9월 18일’ 당일에 육군훈련소가 아닌 소속팀 훈련장에 있었다. 자칫 ‘노 골드’에 그칠 경우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29일 아시안게임 정구 남자단식 금메달을 따내며 입대 20일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17일 전북 순창에서 끝난 추계 실업정구연맹전 단식 우승을 차지하고 18일 서수원체육공원의 팀 훈련장을 찾은 김진웅은 밝은 표정으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심적 부담에다 몸도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며 “잘 풀려서 이 곳에 있는 자체로 매우 기쁘고 꿈 같다”고 웃었다.
아시안게임에 도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 입대영장이 날아왔지만 임교성 수원시청 감독을 비롯해 대한정구협회 관계자들의 노력 덕에 입대일을 아시안게임 이후로 겨우 늦출 수 있었다.
김진웅은 “주위 많은 분들이 도와줘 감사할 따름”이라며 “사실 다 포기하고 군대를 가야 하나 걱정했다. 나이도 있고, 2년 동안 운동을 못하면 예전 기량을 다시 찾기 힘드니까 은퇴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김진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단식 8강전에서 복병인 북한 리충일과 접전을 펼치다가 오른쪽 햄스트링이 올라왔다. 다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데도, 그는 꾹 참고 이겨내 정상에 섰다. 기세를 몰아 단체전도 제패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일본과 결승에서 성치 않은 다리로 긴 랠리를 한 탓에 경기 종료 후 쥐가 나 동료들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김진웅은 “날씨도 덥고 랠리가 생각보다 길어져 단체전 끝난 뒤 쥐가 났다”며 “예방 차원에서 테이핑까지 했는데, 경기할 때는 쥐가 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엔 금메달리스트가 체육요원으로 편입되는 과정이 보통 두 달 걸렸는데, 김진웅은 정구협회의 빠른 일 처리로 2주 만에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4년 전처럼 절차가 진행됐다면 금메달을 땄어도 영장 날짜에 훈련소에 입소해야 했다. 김진웅은 “일이 잘 처리 돼 다음달 전국체전을 마친 뒤 4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면 된다고 들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정구를 시작한 이래 올해가 가장 힘들면서도 기쁜 시즌”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다음달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그는 “그 동안 염태영 수원시장님을 비롯해 시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다”면서 “2013년 실업팀 입단 후 전국체전 우승이 없는데 이번엔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수원=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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