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성형외과를 고르는 기준 중 하나는 폐쇄회로(CC)TV 수술실이 있는지 여부죠. 병원 자율에 맡기지 말고 의무화해야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요?”(올해 말 지방흡입 수술 예정 이모씨)
경기도가 도내 의료원 산하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기로 하면서 논쟁이 점화하고 있다. 의료사고와 환자 성희롱, 대리수술 등을 근절하려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만, 의료계에선 환자 개인정보 침해와 의사 진료권 위축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는 상태다.
18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의료원 산하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수원ㆍ의정부ㆍ파주ㆍ이천ㆍ포천 등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가 설치ㆍ운영된다. ‘환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촬영ㆍ열람할 수 있고, 환자가 촬영을 원하지 않으면 CCTV가 설치되지 않은 다른 수술실을 사용하게 된다는 게 경기도 측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병원 자율이고,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촬영ㆍ열람이 가능하다.
경기도가 첫발을 떼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전국 병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수술실이 외부와 차단돼 있고 환자도 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어 인권침해나 대리수술이 일어나도 그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월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의사가 수술실에서 환자에게 “가슴이 하나도 없다. 남자친구가 없을 거다”라는 발언을 한 게 환자의 녹취를 통해 알려졌고, 이달 초 부산 한 정형외과 원장이 의료기기 영업사원과 간호사에게 어깨 대리수술을 시켰다가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지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까지 나서서 보건복지부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라”고 권고한 상황이다.
증거 잡기가 까다로운 의료사고의 분쟁 해소를 위해서도 CCTV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분쟁 조정 신청은 2,420건으로 전년(1,907건)보다 26.9%나 증가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피해로 인정받을 확률이 적기 때문에 환자들이 만약을 대비해 수술실에 녹음기를 몰래 들고 갈 정도로 신뢰가 떨어졌다”며 “CCTV 설치는 그 자체만으로 범죄나 반인권적 행위가 방지되는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되레 환자와 의료진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성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전국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건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 불신만 조장하는 것”이라며 “의료진이 감시를 당하면서 수술한다면 방어적인 의료 행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환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코 성형수술을 했던 류모(28)씨도 “환자가 동의해서 촬영을 했더라도 의료진이 관리를 제대로 못해 영상 유출 같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오성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환자가 촬영에 동의했는지, 환자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촬영했는지 등 기본 전제를 충족하면 각 병원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일을 규제하지 않는다”며 “다만 모든 수술실에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는 다양한 쟁점들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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