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이 대법원 재직 중 자신이 다뤘던 사건 관련 자료를 들고 나와 퇴직 후 바로 그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8일 공무상 비밀누설ㆍ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ㆍ절도ㆍ개인정보보호법ㆍ공공기록물관리법ㆍ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유 변호사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6월 김명수 대법원장의 수사협조 의사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후 첫 영장 청구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올 2월 퇴직한 유 변호사는 6월 11일 대한제국 황실로부터 땅 사용권을 부여 받아 최근까지 캠퍼스 부지로 사용해 온 S여대 관련 사건의 소송대리를 맡았다. S여대가 속한 S학원은 1938년 일제강점기 이왕직(李王職) 장관(일제 강점기 조선 왕족들을 담당하던 관직)으로부터 학교 부지 사용을 조건으로 토지 사용을 승낙 받아 사용해왔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12년 4월 S여대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변상금 73억여원을 부과하고 매년 14억원의 대부금을 지급하라고 하자 소송전이 벌어져, 1ㆍ2심 재판부는 캠코 처분이 위법이라며 S학원 손을 들어줬다.
4년을 끌던 대법원 재판은 6월 11일 유 변호사가 사건을 맡은 지 17일만인 6월 28일 ‘상고 기각’으로 종료됐다. 문제는 상고심이 대법원에 접수된 2014년 11월 당시 유 변호사는 대법원 사건 전반을 다루는 선임재판연구관이었고, 이후 수석연구관으로 근무해 이 사건 자료 및 검토 보고서를 모두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점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공직에 있을 때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은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 변호사의 대법원 근무 이력을 생각하면 ‘전관 예우’를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이 사건이 대법원 홈페이지 검색에서 삭제된 점도 의문이어서 유 변호사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월 14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한 사건 진행상황을 대법원 홈페이지 ‘나의사건검색’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나 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직후인 6월 중순쯤 삭제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위 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될 당시 선임재판연구관이었던 건 맞지만 사건 배당, 연구관 지정, 보고에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밖에 유 변호사가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 등 대법원 자료 수만 건을 올 초 퇴직하면서 무단 반출한 혐의, 박근혜 전 대통령 의료비선인 박채윤씨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법원행정처를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한편 사법농단수사팀은 특수1ㆍ3ㆍ4부에다 특수2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 3, 4명 가량을 추가 투입, 수사 검사 규모가 30여명에 이르게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해체된 이후 단일 수사팀 최대 규모로 평가 받는 ‘최순실 특별수사본부’ 규모와 맞먹는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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