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에서 일방적으로 잘렸다” 토로… “22일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 밝혀
복숭아와 반시(납작감)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을 코미디메카로 만든 개그맨 전유성(69)씨가 청도군과의 불화 끝에 결국 청도를 떠난다. 코미디 축제 기획을 둘러싼 청도군과의 이견 등으로 10여 년간 정착해 온 청도를 뜨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전북 남원시 지리산 자락으로 이사
전씨는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청도군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잘렸다”며 청도군에 섭섭함을 토로하며 “22일 이삿짐을 옮길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따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새로 옮기는 거주지는 전북 남원시 지리산 자락으로 알려졌다. 3년 전부터 운영해 온 우리밀빵집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살던 집마저 내놓은 상황에서 그가 청도를 떠나는 일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인다.
◇2007년 청도에 정착… 대한민국 코미디 1번지 만들어
전씨가 청도에 정착한 것은 2007년부터다. 그는 “우연히 청도를 지나던 중 버려진 교회건물을 보고 그곳에 레스토랑을 열었다”고 했다. 피자와 짬뽕이 주메뉴인 이 퓨전레스토랑은 청도의 명물이 됐다. 2009년부터 중복 이후 주말에 반려견과 함께 하는 개나소나콘서트를 열어 청도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복날 희생된 견공들을 위로하기 위한 콘서트에는 소싸움에 지친 황소도 초청하는 등 기발한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2011년부터 코미디철가방극장을 개관, 전국의 코미디지망생을 모집해 실전연기수업을 실시해 수많은 코미디언을 배출했다. 2015년부턴 청도세계코미디페스티벌(코아페)도 시작했다. 특히 코아페는 지역 중학생과 고교 밴드부, 70-80대 동네 할머니 등이 상가 옥상과 경운기 위에서 오카리나를 불고 발레를 선보이는 등 파격적 연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5월에는 200억원이 넘는 국비를 들여 지은 한국코미디타운을 개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청도는 코미디메카로 부상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해 온 코미디철가방극장이 지난 4월 말 문을 닫고, 내달 12~14일 개최 예정인 코아페를 둘러싼 청도군과의 이견으로 결국 짐을 싸게 됐다.
◇방송사 공채 중단 등 코미디 침체로 어려움
코미디철가방극장은 국내 코미디침체로 인한 지망생과 관람객 감소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방송사들이 코미디프로그램과 코미디언 공채를 잇따라 폐지하거나 수년째 중단하면서 지망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개관 초기 30명이 넘던 단원은 올 들어 5명으로 줄었고 그 중 2명이 그만두겠다고 하자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출연자가 줄면서 관람객도 덩달아 감소하면서 경영남이 심화했다. 전씨는 철가방극장 회생방안을 고심해왔으나 그가 기획 연출해 온 코아페를 앞두고 청도군이 별도의 축제 기획사 선정을 추진하자 폭발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도군과 코미디페스티벌 개최 갈등으로 결심
전씨 측은 “1회 때부터 프로그램 구성은 물론 출연진 섭외, 연출까지 도맡아 왔는데 청도군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별도의 기획사를 선정해 하겠다고 하면 전씨가 설 자리는 없게 된다”며 “아마 이 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씨가 전적으로 운영하거나 개최해 온 코미디철가방극장 재개관이나 10회나 열린 개나소나콘서트도 내년부턴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지난해 개관한 청도코미디타운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관장이 따로 있지만 코미디 청도 하면 전유성을 빼 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떠나면 코미디메카 청도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청도군 관계자는 “올해부터 축제 운영비를 군이 직접 집행하기로 하면서 기획사선정 등 행사 전반을 설명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 오해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전씨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담당자를 교체했다”며 “거주지를 옮기더라도 각종 코미디 관련 행사에 전씨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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