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TV 생중계 가능성… 방송순서 고지 안 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사실을 북한 매체들이 이례적으로 예고했다.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 정상의 평양 상봉을 남측뿐 아니라 북측 방송도 생중계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3차 남북 정상회담 당일인 18일 오전 6시쯤 “역사적인 북남 수뇌상봉을 위하여 18일부터 20일까지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의 이행으로 되는 이번 평양 수뇌상봉은 새로운 역사를 펼쳐가는 북남관계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는 중대한 계기로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1면에서 문 대통령의 방북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렸다.
이날 보도로 평양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됐다. 5일 남측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이번 회담 일정이 확정된 뒤 북측 매체는 ‘9월 중 예정된 평양 수뇌상봉’이라는 표현만 써 왔다.
북한 매체의 남측 대통령 방북 예고 보도는 이례적이다. 2000년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남측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뒤 시차를 두고 보도했었다.
이런 변화는 예고됐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 소식부터 신속하게 전했다. 최고 지도자의 동선을, 그것도 남측 땅을 밟는 과정을 북한 매체가 시간대까지 구체적으로 사전에 공개한 건 파격으로 평가됐다.
이런 관행 파괴는 6ㆍ12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북한을 정상(正常)국가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합의에 따라 생방송될 이번 평양 남북 정상회담 주요 일정을 북한 주민들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통상 전날 방송 마감 시간에 익일 방송 순서를 미리 예고하는 관영 조선중앙TV가 이날 오전 6시 현재까지 당일 방송 순서를 고지하지 않았다. 2000,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는 북한 TV가 별도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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