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엔 안보리 회의서 러시아 행태 성토
“북한, 러시아 도움으로 정유 획득…올해 불법 환적 148차례 적발”
러시아 “장애물 만들 게 아니라, 남북 대화 협력 촉진해야” 반박
미국이 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의 대북 제재 위반을 맹비난했다. 러시아가 유엔 전문가 패널에 압력을 행사해 대북 제재 이행 보고서를 수정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그간 대북 제재에 훼방만 놓은 러시아의 행태에 직격탄을 가한 것이다. 그간 주로 중국을 겨냥해왔던 미국이 러시아의 제재 위반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러시아를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 회의에서 “러시아의 제재 위반은 일회성이 아니라 체계적”이라며 “러시아는 자국 기업들이 유엔 제재가 금지한 활동에 관여하는 길을 찾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이를 은폐하는 데도 집중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러시아를 성토했다. 그는 “러시아의 부패는 바이러스와 같다”면서 "그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능력을 방해하고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같은 '질병'이 안보리의 위상과 효율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러시아가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제재 위반을 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러시아가 선박간 환적을 통해 북한에 주로 석유를 제공하며 석탄과 다른 제품의 거래도 늘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올해 8월까지 불법적인 선박간 환적으로 적어도 148차례 정유를 제공 받은 것을 추적했다”며 북한이 정유의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을 넘어 적어도 80만 배럴 이상을 획득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북한은 지금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정유를 불법적으로 획득하고 있다”며 “그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불법 환적에 개입한 선박들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일을 막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조달 활동을 해온 북한 요원의 추방을 러시아가 거부하고 있고, 또한 그의 모스크바 은행계좌 차단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자국 석탄 수출을 위해 북한과 철도를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한국 항구로까지 연장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와 함께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의 대북제재 보고서에서 자국의 제재 위반 사례를 삭제토록 압력을 넣었다면서 전문가 패널이 보고서 원안을 다시 제출토록 요구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제재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북한을) 건설적인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면서 “장애물을 만들 것이 아니라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가 수정된 데 대해 “완전히 정상적인 관행”이라면서 "전문가 패널의 작업은 점점 정치화돼왔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비전에 인질이 됐다"고 오히려 미국을 비판했다. 그는 남북 협력사업의 잠정적인 제재 면제를 위해 대북제재위원회에 '특별한 조건'을 둘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과 러시아간 충돌에서 한발 비켜 선 중국의 마차오쉬(馬朝旭) 대사는 중국은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면서도 "북한과 대결하는 것은 막다른 길(dead end)이 될 것"이라며 "힘에 의존하는 것은 재앙적인 결과 외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 로즈매리 디카를로 정무담당 차관은 이날 안보리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유지, 개발하고 있다는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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