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초 ‘평검사들과의 대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인물이 제1야당내 윤리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자유한국당은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중앙윤리위원장에 검사 출신인 김영종(52ㆍ 사법연수원 23기)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을 임명하기로 의결했다.
김 전 검사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10일 노 전 대통령이 마련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대통령께서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전화를 하지 않았느냐, 뇌물사건 잘 좀 처리해달라는 이야기였는데 왜 전화했냐”는 취지로 발언해 파장을 불렀다. 당황한 노 전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며 불쾌한 속내를 드러냈고, 이 장면은 생중계됐다. 이때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훗날 저서 ‘운명’에서 “목불인견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소회하기도 했다.
김 전 검사는 이후 법무부 검찰국,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 대상자 명단에 들지 못하자 옷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김 전 검사 영입에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한국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 직접 김 전 검사를 만나 ‘당이 올바로 서서 한국 정치의 균형점이 맞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타진했고, 김 전 검사가 수긍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도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와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지낸 김 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을 저격했다는 평을 들은 검사 출신을 중용한 셈이 됐다. “법률 전문성과 함께 강직한 성품 등을 고려한 인사”라는 당 관계자 설명에 비춰 노 전 대통령과의 날 선 대화 장면이 인선 배경과 전혀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한국당은 김 전 검사의 검찰 재직 시절 건설업자의 유착 의혹을 두고 대검 감찰본부가 지난해 진상파악에 나섰던 상황은 알았지만 본격 감찰 착수로 이어지진 않은 사정을 감안했다고 한다. 윤리위원장은 당헌ㆍ당규를 어기거나 비위를 저지른 당원을 징계ㆍ제명하는 칼자루를 쥔 자리다.
한국당은 이날 당 조직 정비를 책임질 당무감사위원장에 한국행정학회장을 지낸 황윤원(64)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중앙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송희경(54) 의원이 맡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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