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BMW 차량 화재 등 제품 하자 등으로 피해를 입은 다수 소비자들이 쉽게 피해액을 돌려 받을 수 있도록 집단소송 제도를 확대 도입키로 했다. 증권 분야에만 적용됐던 집단소송이 공산품에 확대되면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에서 BMW 화재, 가습기 살균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등과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을 위한 현장 정책 간담회’를 열고 “집단소송 제도를 증권 분야 외에도 조속히 확대해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MW 차량 연쇄 화재 등 대규모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인 소비자 피해 유형으로는 ▦담합 ▦허위ㆍ과장 광고 ▦제조물 책임법 위반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금융소비자보호 ▦개인정보보호 ▦위해식품 등을 언급했다. 박 장관은 “조만간 구체적 확대 도입방안을 마련해 국회 법안심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한 사람이나 일부가 가해자(기업)를 대상으로 소송하면 다른 피해자는 개별소송 없이도 단일 판결로 인정해 모두 구제받는 제도다. 물론 지금도 BMW 화재 피해자 등이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집단소송’이 아닌 ‘공동소송’으로 참여한 사람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여할 경우 비용 부담과 복잡한 절차로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피해구제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미국·영국 등 영미법 국가 다수가 집단소송제를 시행 중이며 국내에는 2005년 증권 분야에만 처음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을 내걸었고,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 역시 2018년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집단소송제 추진 의사를 밝힌 상태다.
민사상 손해배상을 기업에 손쉽게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법무법인 등을 통한 기업 상대 소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박 장관은 “소송허가 요건을 엄격히 하고, 비용 선납을 요구하면 소송 남발 우려를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동소송보다 오히려 단일한 절차를 통해 효율적인 분쟁해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의 이해가 걸린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법무부는 정부입법보다 의원입법을 지원하는 형태로 집단소송제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에는 현재 집단소송 관련 법안이 6개 발의된 상태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소비자집단소송법’은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집단 소송 수행 권한을 소비자단체로만 한정했고,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은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 할부거래, 방문판매 등으로 인한 피해에도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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