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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라 내려라… 한은, 정부 입김서 언제쯤 벗어날까

입력
2018.09.1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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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삽화. 박구원기자
톡톡Talk 삽화. 박구원기자

“(금리 인상을)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됐다.”(13일 이낙연 국무총리)

“(금리 결정은) 한국은행법에 의해 중립적,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14일 윤면식 한은 부총재)

열 달 째 동결 중인 기준금리를 둘러싸고 정부와 한은 수뇌부가 주고받은 발언은 자연스레 4년 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 9월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지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와 ‘와인 회동’을 가진 뒤 “금리의 ‘금’자도 얘기 안했지만 ‘척하면 척’ 아니겠냐”고 말해 한은 독립성 침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이 총재가 취임 후 첫 금리 인하를 단행(8월)한 직후 부동산시장 부양을 추진하는 ‘실세’ 부총리가 ‘척하면 척’ 운운하니 한은이 과연 자기 의지로 금리를 내린 것인지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셈입니다.

이 총리의 발언을 4년 전 최 부총리와 비교하면 기대 금리 방향은 반대(인상 대 인하)이고 표현은 보다 완곡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은이 느끼는 당혹감은 4년 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더구나 현 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분명하게 한은 독립성 보장 방침을 밝혀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이 총재 연임을 결정하면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한은 총재를 계속 중용하는 선례를 남겼습니다. 한은 고위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현 정부가 실제로도 통화정책이나 내부 인사에 간여하지 않는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모처럼 마련된 한은 존중 분위기를 스스로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은이 자체적 판단으로 금리 조정에 나서더라도 그 ‘배후’를 의심하는 여론이 생기기 십상입니다. 이 총리 발언에 대한 세간의 해석처럼, 정부가 치솟는 서울 집값을 서둘러 잡을 요량으로 금리 정책을 언급한 것이라면 더더욱 경솔했다는 지적이 따를 법합니다. 금리는 가계, 기업 등 모든 경제 부문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강력한 경기조절 수단이지만, 그 영향의 폭과 깊이를 통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다뤄야 할 도구이기도 합니다. “부동산 가격 안정만을 겨냥해 통화정책을 할 수 없다”는 윤 부총재의 반론을 방어 논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자제심을 잃고 불쑥 금리 얘기를 꺼내는 상황을 한은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최근 한은이 발신하는 금리 정책 방향성은 들쑥날쑥합니다. 5월 초 “금리는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했던 이 총재가 보름도 안돼 “향후 경제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인상 신호를 지워버린 것이 비근한 예입니다. 한은 내 금리 결정 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도 금리 방향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고용시장 분석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한은이 최근 이슈로 급부상한 고용 지표 악화를 해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은만 바라봐선 금리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 그런지, 한은이 내는 신호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던 국채 금리는 이 총리 발언 이후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지며 연일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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